지난 1일로 설립 40주년을 맞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http://www.hq.nasa.gov)이 21세기형 「차세대 우주선」으로 소행성과 혜성 탐사에 나선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25일 새벽(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델타 7326로켓으로 발사할 우주선 「딥 스페이스 1(Deep Space 1)」이 바로 그것. 딥 스페이스 1은 소행성과 혜성을 탐사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여러 가지 신기술을 채용, 천문학자와 항공우주 관계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탐사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최초로 선보이는 이온 추진엔진. 딥 스페이스 1은 보통 로켓에 실려 발사되지만 일단 우주공간에 들어가면 크세논(Xe) 가스원자를 이온으로 만들고 이 이온을 전기장으로 가속, 시속 10만4천6백㎞의 속도로 뒤로 내뿜을 때 생기는 추진력으로 전진한다.
크세논 이온은 질량이 너무 작아 큰 추진력을 내지는 못하지만 연료 소모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우주선의 차세대 추진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이온엔진으로 우주선을 하루에 시속 25∼32㎞밖에 가속시킬 수 없으나 사흘 동안 가속하면 시속 60마일(시속 97㎞)이 되고 3백일 뒤에는 우주선 속도가 시속 6천마일(시속 9천7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추진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1년 말까지 혜성탐사 계획이 세워져 있는 딥 스페이스 1이 싣고 떠나는 연료는 크세논 82㎏뿐. 이는 기존 우주선 연료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딥 스페이스 1은 이밖에도 별과 소행성을 관측,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음 비행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가비행시스템과 새로운 형태의 태양전지를 통한 전력공급도 시도하고 있다.
딥 스페이스 1의 이번 비행이 성공을 거두면 이 우주선은 내년 7월 소행성 1992 KD에 10㎞까지 접근, 소행성의 구성물질과 표면구조 등에 대한 자료를 지구로 보내올 것이다. 또 2001년 1월에는 딥 스페이스 1이 윌슨-해링턴 혜성에 접근하고 그해 말에는 보렐리 혜성과 만나는 장면도 지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계획의 책임자인 마크 레이만 박사는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여러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우주선을 발사한다』며 『이것이 성공하면 딥 스페이스 1은 차세대 우주선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창설 40주년을 맞은 NASA의 설립배경과 주요 업적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 57년 10월 4일, 워싱턴 DC의 구소련 대사관. 미국 과학자들이 소련인과 로켓-위성 학술회의의 폐막을 즐기며 보드카를 홀짝거릴 때 장내 방송이 들렸다. 소련이 방금 지구 9백㎞ 상공에 무인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였다. 미국과학자들은 경악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안방까지 소련의 위협에 놓이게 됐다』며 공포의 여론이 들끓었다. 소위 「스푸트니크(위성) 쇼크」는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 의회는 그 이듬해 초 서둘러 「우주법」을 만들었고, 냉전기간 내내 소련과 힘겨운 우주개발 경쟁을 벌였다. 우주법에 기초해 당시 다섯 군데의 연구소와 테스트 설비를 종합해 출발한 중심기관이 바로 NASA다.
그 후 미국은 NASA 주도로 지난 69년 최초로 인류를 달에 착륙시켰을 뿐만 아니라 목성, 화성 등의 행성탐사, 우주근원 찾기, 태양 비밀 밝히기 등 각종 우주 프로그램에서도 소련을 앞서는 전기를 마련했다.
NASA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1월 「마스 폴라랜더」를 발사하는 등 인류의 우주 프런티어로서 야심만만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최초의 화성 착륙선 「패스파인더」에 이어 발사될 이 우주선은 2000년 초쯤 화성의 남쪽 극지 주변에 내려 화성의 대기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보내올 예정이다.
또 낡은 러시아의 「미르」를 대신할 차세대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과 운영도 NASA가 주도하고 있다. 유럽·캐나다·일본·러시아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계획은 올해 말 첫번째 모듈이 발사되며 오는 2002년 완공이 목표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