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아자동차 인수에 따른 부품업체 대형화 "급피치"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의 낙찰자로 선정됨에 따라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국내 부품업체의 대형화가 급속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와 대우간 원가절감을 위한 부품공용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당장 기아·아시아 협력업체의 상당수와 현대 협력업체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사라지고 남는 업체는 대형화되는 전면적인 구조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97년말 현재 1차 부품협력업체로 총 3백71개 업체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납품금액은 6조5천38억원을 기록, 국내 최대의 부품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는 다른 완성차업체와 달리 단독수급률이 높아 기아자동차 협력 부품업체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97년말 현재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 중 무려 36%에 이르는 1백35개 업체가 현대 한곳에만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단독 공급업체들이다. 현대의 이같은 단독 수급률은 기아의 16%, 대우의 19%에 비해 거의 두배에 이르고 있다.

 부품업체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이같은 전략으로 비춰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들의 앞날은 상당히 어두울 것이라는게 부품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기아자동차에 단독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43개 업체의 경우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면 겹치는 업체를 제외하더라도 1차 협력업체가 8백여개로 늘어나게 되는데, 그동안 부품 협력업체의 통폐합과 이를 통한 대형화를 추진해 온 현대자동차가 늘어난 협력업체를 그대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8백여개 협력업체 중 절반 이상은 통폐합되거나 협력라인에서 제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품업계에서는 또 현대의 기아 인수에 따른 파장이 이들 두 업체의 협력업체뿐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사실상 현대와 대우의 두 회사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그동안 7개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해오던 총 1천2백76개 부품업체들의 인수·합병 및 매각이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자동차의 신차 개발에 따른 부품발주가 이뤄지는 2∼3년후부터 기아 협력업체 정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