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영화와 함께 즉시 개방되는 비디오는 산업특성상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개방의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영화에 한해 비디오 수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일본영화가 완전 개방되고 「로망 포르노」에 준하는 비디오와 만화비디오가 대거 쏟아져 들어올 경우 국내 프로테이프 산업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판권경쟁에 매달리고 틈새시장을 겨냥한 중소기업들도 앞다퉈 판권 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프로테이프 산업은 그동안 영상산업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영화시장에 투여되는 제작비의 60%가 프로테이프 시장에서 조달돼 왔다. 올들어 우리나라 영화제작 편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프로테이프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국내 영상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로테이프 산업에 대한 인식과 제작관행이 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 제도 안에서는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이 통관이나 심의를 요청할 수 없다. 임가공은 임가공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영화와 비디오에 대한 심의 및 등급이 다른 것도 문제로 꼽힌다. 비디오의 특성인 내밀성에도 불구, 영화보다 버거운 심의를 받고 있는 등 대중문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비디오가 정부로부터 지원은 커녕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판권경쟁도 자제돼야 한다. IMF 한파 이후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의 판권경쟁은 많이 사그러들었지만 뭍밑경쟁은 여전한 실정이다. 외국 영화사들이 한국 영상업계를 「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과열경쟁에 의한 사재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밀어내식 관행은 부풀려진 시장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하루빨리 타파돼야 한다. 외화 판권료가 턱없이 치솟는 요인의 하나가 「시장의 거품현상」 때문이란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함께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각종 융자제도를 발전적으로 확대, 프로테이프 제작사들도 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벤처기업으로의 지정도 검토해야 한다. 중소 프로테이프 제작사의 상당수가 영화제작 및 배급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물류시스템의 개선이다. 업계는 한 해 프로테이프 물류비용이 약 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여·판매시장을 포함한 전체 프로테이프 시장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따라서 서둘러 선진 유통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산업재원은 엉뚱하게 도로에 뿌려지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지역문화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비디오 대여점에 대한 각종 규제의 철폐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영업시간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산업계는 지난 88년 미국 영화직배사들의 국내 진출에 의한 파고로 이번 일본 문화개방에 따른 여파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만화비디오와 로망 포르노에 준한 비디오의 상륙에 대해서는 무대책인 상황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