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오프」 나 「리스트럭처」는 미국 기업이 대규모 감원을 할 때 흔히 쓰인다. 기업의 단기업적을 중시하는 미국 풍토에서 기업경영이 악화될 경우 경영정상화의 최우선 순위를 인력감원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90년대 초까지 봇물처럼 이루어진 미국 기업들의 이같은 인력감원 사태가 결과론적으로 득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의 유능한 인력이 대거 벤처기업가로 변신하면서 오늘날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집단으로 부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당시만 해도 우리 기업들에 있어 미국의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이었던 셈이다.
생산규모 확대를 경쟁적으로 벌이는 상황에서 「순익」보다는 「매출확대」가 기업경영의 최우선 순위였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선진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덩치를 키울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주장도 당시 상황에선 일견 수긍이 가는 얘기였다.
그러나 더 많은 자금을 차입하면 할수록 그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소위 「대마불사」식의 기업경영이 상황을 악화시킨 주범이라면 주범이다.
지난해 말 IMF체제로 전환된 이후 1년 남짓 국내 기업들에는 이 기간이야말로 혼돈과 격동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크고 작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대안찾기에 여념이 없다.
대기업 빅딜 등 재계 판도변화를 몰고올 굵직한 사안에서부터 기업 내부적으로도 지분매각이나 투자유치 등 경영정상화에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이다.
매출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경영전략도 이제 군살빼기나 몸집줄이기로 바뀌고 있다.
최근 대기업간에는 흔히 분사(分社)로 불리는 임직원에 의한 사업분할이나 기업분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분사한 전문업체 가운데 상당수 기업이 이른 시일내에 경영정상화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업 군살도 빼고 대량감원도 없는 이같은 경영정상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이래저래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