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개미

 「토이 스토리」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두번째 3D 애니메이션 영화. 「개미」는 성인층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치를 내건 드림웍스의 야심작답게 디즈니식의 동화적인 취향보다는 자아라는 한층 성숙된 주제를 택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물이나 안면근육의 움직임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묘사, 더욱 영화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더빙한 배우의 캐릭터가 그대로 살아나는 개미들을 보는 것은 이 영화의 큰 즐거움이다.

 「개미」는 가장 진일보한 영상 테크놀로지의 옷을 입고 있지만 내용은 로맨스에 적당히 모험활극을 뒤섞은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닌다. 이탈이 엄격히 통제된 사회에서 자신의 세계를 찾고 싶어하는 한 개미의 사랑과 모험을 통해 인간사회를 풍자한다.

 일개미로 태어난 Z-4195(우디 앨런)는 평생 땅만 파며 보내야 하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낀다. 댄스 바에서 모두가 똑같은 춤을 출 때도 혼자서 「펄프픽션」의 춤을 출 만큼 개성을 지닌 개미다. 그는 술집에서 전투개미인 친구 위버(실베스터 스탤론)를 만나 신세타령을 하던 중 몰래 놀러온 발라 공주(샤론 스톤)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발라 공주는 이미 맨디블 장군(진 해크먼)과 약혼한 상태. Z는 발라 공주를 한번 더 보기 위해 위버와 하루 동안 신분을 바꾸고 군대 사열식에 참가한다. 때마침 흰개미들이 침공해오고 맨디블 장군은 사열식에 참가한 전투개미들을 전쟁터로 내보낸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Z는 혼자 살아남아 돌아오고 전쟁영웅으로 추대받는다. 그러나 훈장을 받는 자리에서 발라 공주에 의해 일개미임이 드러나고 당황한 Z는 공주와 함께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수렁에 빠진다.

 Z는 언젠가 술집에서 들은 적이 있는 곤충들의 천국이라는 인섹토피아를 찾아 나선다. 그곳은 다름아닌 먹다버린 음식찌꺼기와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쓰레기통이다. 이곳에서 Z와 발라공주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점차 사랑을 키워간다.

 한편 개미왕국에서는 맨디블 장군이 물로 개미왕국을 몰살하려는 음모를 세우고 이를 눈치챈 Z와 발라 공주는 왕국으로 돌아와 맨디블 장군의 음모에 맞서 싸운다.

 무한한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3D 애니메이션은 새로운 영화 표현의 매체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이란 어디까지나 영화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과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개미」는 구성이나 이야기가 영상이 표출해내는 재미를 쫓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초반부의 재미가 후반으로 갈수록 처지고 힘을 잃고 있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