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가상)대학 시대가 활짝 개막됐다.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이버 강좌가 전국 71개 대학에 개설돼 학교에 가지 않고도 가정에서 강의를 들으며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부울가상대·열린사이버대·한국온라인가상대 등 총 57개 대학이 참여한 컨소시엄 형태의 7개 기관과 서울대·숙명여대 등 6개 단독대학 등을 가상대학 시험 및 실험 운영기관으로 지정하고 프로그램 운영지침을 통보, 1학기 강좌를 성공리에 마치고 2학기 강의가 한창이다.
당초 가상대학의 출발은 총 61개교였지만 이후 참여대학이 잇따르면서 2학기에는 총 71개 대학에사이버강좌가 개설중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1학기의 경우 전체 65개 대학 중 63%에 해당하는 41개교가 사이버강좌를 개설했으며 개설강좌수는 총 2백56개, 수강 학생수는 1만6천7백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학기에는 1학기보다 2백80개가 늘어난 5백36개 강좌가 개설돼 운영중이며, 학생수는 1학기보다 2만8천여명이 늘어난 4만5천명으로 전체 대학생 수 2백60여만명(97년말 기준) 중 1.6%가 가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울가상대학은 부산과 울산에 소재한 동아대·부산대·동명정보대·울산대 등 4개 대학을 주축으로 부산·울산시 및 교육청, 현대정보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운영되고 있다. 부울가상대학은 일반강좌와 함께 시·도 교육청과 관련기관이 협력해 지역 특성화를 살릴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학기의 경우 동아대(http://cyber.donga.ac.kr)에 10개 강좌(수강생 3백명), 부산대(http://cyber.pusan.ac.kr)에 6개 강좌(1백20명)가 개설됐으며 2학기에는 동아대 13개 강좌(7백명 수강중), 부산대에 8개 강좌(2백명)가 개설됐고 동명정보대(http://bool.tit.ac.kr/boolr)와 울산대(http://www.ulsan.ac.kr)도 2학기 들어 각각 6개 강좌(4백50명), 11개 강좌(4백명)를 개설했다.
이 중 동명정보대학은 교수들의 콘텐츠 저작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 지원팀을 구성했고, 가상강의를 하는 교수를 우대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오는 12월부터 두루넷과 함께 부산지역 케이블TV망을 이용한 가상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성균관대·고려대·강릉대·성신여대 등 12개 대학과 삼성SDS가 참여한 열린사이버대학(http://www.ocu.ac.kr)은 지난달 1일 문을 열고 「4학기제」를 도입, 3학기(9∼11월)동안에 39개의 강좌를 개설했으며 대학 재학생 1천14명, 시간제 등록생 72명, 공개강좌생 98명 등 총 1천1백67명이 수강하고 있다.
4학기(12월∼다음해 2월)에는 총 42개 강좌를 개설할 예정으로 가상강좌에 대한 참여대학의 학점상호인정, 도서관 공동 이용, 교육 프로그램 교류 등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 평가는 매주 마지막 수업에 치르는 5지 선다형의 퀴즈시험, 매학기 6주차에 온라인으로 치르는 중간고사, 일정장소에 수강생을 모아놓고 실시하는 기말고사로 통일했다.
열린사이버대학은 내년부터 공개강좌(비학위 과정)를 제외한 학기를 「2학기제」로 변경해 1, 2 학기에 각각 60개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며 일반인 참여 확대를 위해 건강·아동·바둑·수지침 등 공개강좌를 늘려 개설할 예정이다.
중앙대·경기대·대전산업대·공주문화대 등 4개 대학과 나우콤이 참여한 한국 온라인 가상대학(http://www.kovu.ac.kr)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좌와 함께 참여대학의 특성을 살린 일반인 대상의 평생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중앙대에는 외식 산업 경영자 과정과 정보분야 독학사 학위취득 과정이, 경기대에는 관광통역안내원 양성과정, 대전산업대에는 창업스쿨 과정, 공주문화대는 교육영상제작과정과 만화예술 창작과정을 이르면 내년에 개설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연변과학기술대, 카자흐스탄대, 몽골 울란바토르대 등 외국 대학과 가상대학 컨소시엄 협정을 체결, 교육 프로그램 교류와 함께 해당지역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2학기에 정보사회와 컴퓨터·만화영상기초 등 총 30개 강좌가 개설돼 운영중이며 재학생 대상 강좌에 대해서는 학점교환과 복수전공 인정을 위해 4개 학교가 학칙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홍익대(http://cyber.hongik.ac.kr)와 국민대(http://scdu.kookmin.ac.kr)가 참여한 서울사이버디자인대는 두 학교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미술디자인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익대에 웹 디자인 스튜디오·영상디자인 등 10개 강좌가, 국민대에 현대미술·디자인 기획 및 방법 등 9개 강좌가 2학기에 개설됐으며 두 대학간 학점교류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숭실대·금오공대 등 5개 대학과 LG-EDS가 참여한 한반도가상캠퍼스, 경북대·전남대·한국방송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한 한국가상대학연합, 강원대·전북대·연세대 등 22개 대학과 SK텔레콤 등이 참여한 한국대학가상교육 연합 등 7개 컨소시엄과 서울대·숙명여대·서강대 등 8개 대학이 단독으로 사이버 강좌를 개설, 운영중이다.
한편 가상대학이 보다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자 요구에 기반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균관대 황대준 교수는 『외국의 경우 철저한 수요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교육수요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적 개념의 교육체제로서 가상대학이 도입된 반면 국내는 수요자의 요구에 대한 사전 조사없이 도입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시작돼 기존 교육내용과 차별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요자 요구에 기반한 특성화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며 기획전문가·교수설계 전문가·그래픽디자이너·프로그래머 등 관련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하는 사이버교육 콘텐츠 개발 전문가 그룹 구성, 교안개발자들간 장비 공동 활용환경 구축 등으로 교육콘텐츠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상대학 설립기준과 학위취득에 관한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부분의 가상대학은 기존 강좌를 온라인화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가상대학과 관련한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회가상정보가치연구회(대표간사 이상희 한나라당 의원)는 최근 가상교육기관의 설립규정과 운영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가상교육법안」을 마련,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김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