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PC가 불법 유통되는 이유는 시장에서 정상 유통되는 PC 가격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용 PC 가격은 행망용 PC에 준해서 결정된다. 올해 행망용 PC 조달 등록가격은 펜티엄 MMX급 기종이 1백10만원, 펜티엄Ⅱ급 PC 가격이 1백60만원 정도로 동급 기종의 일반 시중 유통가격보다 20% 정도 저렴하다.
이 정도 가격은 소비자가 각 부품을 전문상가에서 직접 구입해 조립할 때 소요되는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않는다.
교육용 PC가격이 행망용 PC 조달등록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고 할 때 업체와 기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 시중 유통가격보다 엄청나게 싼 게 분명하다.
이처럼 정부 관공서나 각급 교육기관에 공급되는 PC 가격이 동급 제품의 일반 유통가격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조달제품을 취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법유통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서울시 교육청의 자체 감사 결과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어난 것이다. 조사대상 학교 가운데 73개교 2백58명의 교사와 교직원이 교육용 PC를 개인용도로 빼돌렸다가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교육용 PC 구매에 직접 관여하는 교직원들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업자와 짜고 교육용 PC를 시중에 유통시켰을 때다. 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직인 등을 위조해 교육용 PC를 구매한 것처럼 꾸며 유통시킨 14개교 직원 15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불법으로 시중에 유통시킨 교육용 PC는 2백49대나 된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 학교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지방에서 PC 대리점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학교에 납품할 때면 PC 한두대 정도를 추가로 끼워주는 것은 기본』이며 『많은 학교의 제품 구매담당 직원이 교내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물량을 주문해 시중으로 빼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교육용 PC가 시중에 불법 유입되면서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컴퓨터·유통 업체들이다. 교육용 PC가 시중에 불법유입되면서 전반적인 PC 가격인하를 초래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제품가격에 대한 불신을 주는 것은 물론 가격인하 기대심리를 자극해 제품 대기수요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교육용 PC와 전혀 관계없는 PC생산 업체와 유통업체들이 「교육용 PC 불법유통이 연쇄부도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출발한다.
<함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