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발주 기업의 도산 등으로 자금회수가 어려워진 시스템통합(SI) 사업자와 중소 하청 소프트웨어(SW)업체 간에 벌어지는 SW하도급 분쟁이 IMF체제 이후 급증하고 있다.
30일 한국SW산업협회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따르면 이 협의회가 설립된 지난 9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단 한 건의 분쟁조정 신청도 없었으나 올 들어서만 4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이 중 3건은 처리가 끝나고 1건은 현재 조정절차가 진행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그 동안 SW하청업체들이 원사업자(SI업체)와의 향후 관계를 고려해 다소 불이익이 있더라도 관례상 SW하도급분쟁 조정을 신청하지 않았으나 IMF체제 이후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자금회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중소 SW업체인 D사는 SI업체인 L사가 수주한 B사의 전략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일부를 하청받아 개발했으나 L사가 중도금 지급을 거부하자 이를 이유로 중도금 4천8백만원을 지급하도록 조정신청을 냈다. 이 분쟁은 발주자인 B사의 부도로 시스템개발 자금을 받지 못한 L사가 하청업체인 D사에 중도금 지급을 거부해 발생한 것으로 1천7백만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합의 처리됐다.
또 중소 SW개발업체인 Y사는 SI업체인 J사의 의뢰를 받아 모 백화점의 인사회계프로그램 및 LAN공사를 하청받아 추진하던 중에, 사업을 발주한 백화점이 부도를 내자 J사가 자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도금 지불을 거부한다며 조정신청을 제기, 미지급금의 50%를 지급하는 선에서 두 회사가 합의했다.
중소 SW개발업체인 J사는 SI업체인 D사로부터 모 유통업체의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의 일부를 하청받아 개발했으나 중도금으로 받은 어음이 사업발주 유통업체의 도산으로 무용지물이 됨에 따라 이 부도어음을 교환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 최근에는 N그룹의 시스템구축 컨설팅 사업을 수주한 H사로부터 일부 업무를 하청받아 개발한 J사가 결과물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대금지불을 거부하는 H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 현재 처리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W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원사업자와 하청업체 간의 하도급 분쟁은 주로 발주기업의 도산으로 빚어지는 대표적인 IMF형 분쟁사례』라며, 국내경기의 불황이 걷히지 않는 한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