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 대한 관심이 출판계에 거세게 불면서 미국의 벤처기업을 낱낱이 해부한 책이 잇따라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벤처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밴처기업을 분석, 벤처의 의미와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각 출판사들이 실리콘밸리나 인터넷을 무대로 한 벤처관련 서적을 앞다퉈 번역, 가라앉은 출판시장에 불을 당기고 있다.
벤처기업을 분석한 대표적인 책은 「인터넷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실리콘밸리의 영웅들」.
김영사의 「인터넷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미국 존 윌리 출판사의 「Architects of the Web」을 번역한 것으로 웹을 개발한 마크 안드레센 등 8명의 인터넷 개척자를 다루고 있다.
이에 반해 21세기북스가 선보인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은 미국 산타클래라 역사협회가 지은 「The Making of Silicon Valley」를 번역한 것으로 실리콘밸리 1백여년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역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인터넷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경우 웹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그린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이 책은 인터넷이 당초 냉전 초기 핵방위 전략의 산물로 이용이 어려워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1993년초 일리노이 대학의 마크 안드레센을 비롯한 소규모 학생그룹이 따분한 문자기반의 인터넷에 그래픽과 편리한 유저인터페이스를 가미, 지금처럼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프로그레시브 네트웍스의 롭 글래서는 소리가 없던 인터넷이 말하고 노래할 수 있게 만들었고, 마림바의 킴 폴레시는 자바 언어를 개발해 인터넷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또 아리엘 폴러는 인터넷이 가장 각광받는 광고매체가 될 수 있도록 인구통계적인 분석을 시도했으며 앤드루 앵커는 출판을, 할시 마이너는 미디어를 웹과 각각 결합시켰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또 인터넷 혁명을 일군 8명 젊은이들의 생생한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책 읽는 재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야후를 이끌고 있는 제리 양은 『일을 하는 게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려 눈으로 덮인 가파른 언덕을 처음으로 스키를 타고 질주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우주인들이 달에 처음 착륙했을 때의 기분이 지금 내가 인터넷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미국 젊은이 특유의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자세한 역자 주석을 달았을 뿐만 아니라 번역의 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에 정보통신, 그 중에서도 인터넷 분야에서 새로 창출되는 「21세기형 뉴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필독서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은 실리콘밸리 1백여년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책으로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오늘날 세계 변화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됐는지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선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 대학이 추구한 「현실에 도움이 되는 학문」에서 시작됐으며, 실패와 모험만이 창조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실리콘밸리는 1891년 스탠퍼드 대학 개교이래 한 세기 동안 수많은 초일류기업을 창조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풍부한 인적자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기업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업환경을 낳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실리콘밸리가 이러한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다가오는 21세기에도 계속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전 그리고 변화하는 요구에 대해 해법을 갈망하고 결국 그것을 찾아내고야마는 능력, 이 점이 바로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번영을 약속하는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라는 것이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