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종합유선방송국(SO)의 개국지연으로 관련 장비공급사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국산화해 놓은 7백50㎒대역 케이블TV용 장비가 잠을 자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5월 사업권을 획득한 2차 케이블 SO 24개사 가운데 20여개사가 전송망사업자(NO)인 한국전력과 망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나, 한전의 망사업 포기로 개국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케이블TV 장비공급사마다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의 7백50㎒대역 증폭기·분배기·분기기·광가입자망(ONU)장비 등이 재고로 쌓여 적지않은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이들은 업체마다 지난 3년 동안 관련장비 개발에 10억∼20억원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것을 감안할 경우 줄잡아 2백억∼3백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동양텔레콤(대표 배석채)은 지난 7월 형식승인을 받은 7백50㎒대역의 증폭기 1천대, 분배기·분기기 각각 4천대 등 총 9천대·3억원 상당의 물량이 재고로 쌓여 있으며, 한애전자(대표 이호진) 역시 지난 6월 형식승인을 받은 7백50㎒대역의 분배기·분기기 각 5백대, 직렬단자 4만대 등 총 2억원어치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판매가 극히 부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차 케이블 SO 개국시 총 15만대의 케이블TV 장비를 공급한 바 있는 대성전자(대표 이희춘)도 현재 7백50㎒대역의 증폭기·분배기·분기기·광송수신기·ONU·앰프 등 장비 2만대가 재고로 쌓여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고 있다.
이는 5개 SO가 일시에 개국할 물량에 해당된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KE&T(대표 김재구)는 작년 3월 개발을 끝낸 7백50㎒대역의 증폭기·분배기·분기기·수동소자류 등을 포함해 총 2만대·4억원 가량의 물량이 한전의 NO사업 중단으로 자재창고에 쌓여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등지로의 수출을 시도, 지난 3월 미국 락텍사에 1기가급 옥내용 분기기를 소량 수출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원화가치 안정으로 수출단가가 맞지 않아 수출길도 막힌 상태다.
이 밖에 한일전자(대표 이시형)가 7백50㎒대역의 모듈레이터·증폭기·분배기·ONU 등 총 1천대·2억원 가량의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대영전자·중앙텔레콤 등 대부분의 케이블TV 장비공급사들도 한전의 망사업 포기로 2차 SO 개국일정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7백50㎒대역 장비 판매에 애를 먹고 있는 등 관련 장비업체들의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망사업 포기에 따른 중소 장비업체들의 경영손실이 심각할 지경』이라고 털어놓으며 『허가권자인 정부가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을 경우 줄도산 등 장비 내수시장의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