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컴퓨터 유통> "초저가 PC" 앞세워 활로 뚫는다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라.』

 국내 PC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IMF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기불황을 극복하고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경영력을 모으고 있다.

 컴퓨터 유통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지난해 국내 PC시장 규모는 모두 1백90만대 수준. 하지만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올해 시장규모는 이보다 약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잇단 도산과 구조조정, 실업자 양산으로 일반소비자들의 PC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PC 유통업체들이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최근 은행금리가 다소 내림세를 보이고 환율이 안정세를 유지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환경이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PC업계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가 바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PC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연초부터 수요가 크게 위축돼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밀려왔던 대기수요까지 가세한다면 상황은 의외로 더욱 호전될 수도 있다.

 PC 유통업체들은 대체로 연말연시와 졸업 및 입학 시즌이 겹치는 12월과 1·2월 약 세 달에 걸쳐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올려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PC 유통업체들은 대목을 맞아 일선 영업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세일과 이벤트를 마련하기 위한 대책회의로 벌써부터 정신없이 바쁘다.

 세진컴퓨터랜드·컴퓨터21·티존코리아·컴마을·사람과컴퓨터·대강정보통신 등 국내 주요 PC유통업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올 연말 매출확대 전략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유통망 정비 및 확충이다. 영업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현장부서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올 연말 영업전략을 무엇보다 내실위주 매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사업실적이 부진했던 부실유통점은 과감히 정리하고 매출실적이 견실한 유통점을 중심으로 영업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세진컴퓨터랜드는 이에 따라 최근 매장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그동안 매출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미쳤던 유통점을 정리해 직영매장수를 지난해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했다. 지난해 종로점을 개설해 컴퓨터 유통시장에 진출한 티존코리아는 강남점 개설 이후 국내 경제환경이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최근에는 직영점 추가 개설계획을 보류해 놓은 상태다. 대신에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50여개 티존프라자의 영업을 강화해 전국적인 유통망으로 매출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가격경쟁력 확보다. 불황기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가격경쟁력이 최우선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대체로 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셀러론 PC를 중심으로 1백만원대 내외의 저가 PC를 기획해 가격경쟁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안이다.

 가격경쟁에는 특히 컴마을·현주컴퓨터·사람과컴퓨터 등 중견 유통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명도와 유통망에서 선발 대형업체에 다소 뒤지기 때문이다. 컴마을은 최근 인텔의 셀러론 3백㎒ CPU를 탑재한 90만원대 초저가형 PC와 셀러론 300A칩을 탑재한 1백20만원대 PC를 「e머신즈」란 브랜드로 출시해 PC 유통시장의 치열한 가격경쟁을 예상케 하고 있다.

 현주컴퓨터는 셀러론 2백66㎒ CPU를 탑재한 「8B1030」 모델과 펜티엄Ⅱ 3백33㎒ CPU를 탑재한 「8B1031」 모델을 각각 77만원과 99만원에 판매해 국내 업계에서는 펜티엄Ⅱ와 셀러론 PC의 가격을 1백만원대 이하로 끌어내렸다.

 대강정보통신은 사이릭스 2백33㎒ 칩을 탑재한 「챌린저 H01」을 최저가모델로 69만8천원에 시판하는 등 챌린저 시리즈 9개 모델을 구성품목에 따라 경쟁업체보다 약 30∼40% 낮은 가격에 시판하는 등 유통업체들간 가격경쟁도 벌써부터 치열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PC 유통업체들은 전통적인 판촉수단인 세일과 이벤트에 기대를 걸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이들 유통업체는 특히 올해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된 만큼 현금가 할부, 24개월 및 36개월 장기할부, 대형경품제공, 기획상품 등 자금력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 외에 추가로 업그레이드 및 경진대회 등과 같은 이벤트를 내세운 판촉행사를 개최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연말연시가 대목인 것은 불황기의 유망시장으로 떠오른 중고 컴퓨터와 서비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있는 서비스뱅크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업그레이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시장현황 및 추세분석을 하고 직원사전교육으로 수요증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 중고PC 판매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CC마트는 최근 연말 수요에 대비해 기업체에서 흘러나오는 중고PC 물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고PC 시장이 올해 기대 이상으로 고속성장세를 타는 과정에서 물량수급이 원활치 못해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CC마트는 이와 함께 최근 새롭게 시작한 전화와 PC통신을 통한 홈쇼핑 사업이 연말성수기 시장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11컴퓨터는 기존의 유지보수 서비스에 추가해 사용중인 구형의 PC를 셀러론 및 펜티엄Ⅱ급 PC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사용자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컴퓨터 수요의 다수를 차지하는 초·중·고 및 대학생을 상대로 업그레이드 및 맞춤PC 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컴퓨터 서비스시장에 진출한 휴먼씨앤씨는 최근 업그레이드 연계판매를 통해 성수기 매출을 극대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회사의 업그레이드 연계판매는 구형의 486 PC를 소비자들이 가져오면 메이커 PC와 조립PC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추가해 펜티엄 및 펜티엄Ⅱ급 PC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서비스로 구형 PC를 재활용하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세일컴DIY는 고객이 선택한 사양의 주요부품을 전문 PC조립 기사가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가져가 고객과 함께 PC를 조립하고 기능·작동원리·PC사용법을 무료로 교육하는 새로운 조립PC 판매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IMF가 본격화된 올해 들어 소프트웨어(SW)산업이 크게 위축되자 SW유통업체들은 새로운 판매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활성화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큰사람정보통신·한글과컴퓨터 등 개발업체들은 기존 제품을 돈을 받고 사용자들이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직접 SW를 판매해 오던 방식을 바꾸어 회원모집 방식으로 제품판매에 나섰다.

 SW 유통업체들은 달라진 유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한글」 「이야기」 등을 대신해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가용 SW를 중심으로 대체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들 회사 제품을 취급해 오던 SW유통업체들은 이로 인해 SW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제품이 많이 팔리고 마진이 좋은 프로그래밍 언어·개발도구·그래픽SW 제품을 발굴하는 등 취급제품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대상의 매장영업보다는 기업 또는 교육기관 대상의 대형사이트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추세다.

 겨울철 컴퓨터 성수기를 맞아 PC통신을 통해 컴퓨터 시세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일정보통신 등 시세제공업체들은 최근 상가 일선유통점을 통해 판매가 잘되고 있는 컴퓨터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컴퓨터통신망에 올리고 있다.【유통부】

<함종렬·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