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국PC통신은 설립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하이텔 게시판이 한국PC통신을 성토하는 글로 온통 도배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01410망 통신장애」였지만 일단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터지기 시작하자 그동안 하이텔 서비스에 대해 갖고 있었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결국 한국PC통신 신동호 사장이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구체적인 서비스 개선계획을 밝힌 후에야 이용자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었다.
이 사건이 난 지 약 9개월. 최근 하이텔 게시판에서는 「달라진 하이텔」을 칭찬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물론 하이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칭찬에 인색한 통신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PC통신 신동호 사장은 선두에 서서 하이텔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지난 2월에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그때까지 저에게 전용망의 필요성을 이야기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40년 직장생활에서 남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안정된 접속의 중요성을 절감한 신 사장은 당장 전용망 구축에 착수했다. 하루라도 빨리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어야 한국PC통신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한국PC통신은 지난 1일 전용망인 「하이텔 파워링크 01432」를 개통했다. 1만회선 규모의 이 전용망은 모두 56Kbps V.90 표준을 지원한다.
이 같은 전용망 구축은 원래 고객들과 약속한 것보다 1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신 사장은 플라자에서 「하이텔이 빨라졌다」는 글을 발견하면 남다른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하루에 한번씩은 꼭 하이텔에 접속해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체크합니다. 플라자는 물론이고 토론방과 동호회 게시판까지 꼼꼼하게 챙기지요.』
올해초 통신장애사건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신 사장은 최근 『한국통신 자회사 중 가장 우수한 회사로 평가받는 등 경사가 잇달아 직원들의 사기도 높은 편』이라고 자랑한다.
한국PC통신은 이달초 전용에뮬레이터인 「하이텔99」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제한된 기능과 자주 다운되는 불안정성 때문에 이용자에게 인기가 없었던 이전 버전과 달리 하이텔99는 처음부터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TCP/IP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하이텔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하이텔20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신 사장은 내년 4월 차세대 하이텔 서비스의 시험서비스를 시작하고 10월부터 정식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경기침체로 온라인업계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거품이 걷히고 상승세를 탈 전망입니다.
현재 난립하고 있는 온라인업체들도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합종연횡이 예상되고요.』
내년에는 온라인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는 신 사장은 이에 대비, 올해 서비스 개선과 기술축적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다음달 9일 창립기념행사에서는 회사의 비전과 경영이념을 새롭게 선포하고 사원상도 재정립할 계획입니다.
또 그동안 준비해온 BI와 CI작업의 성과도 내놓게 될 것입니다.』
이번 창립기념일을 계기로 보다 나은 하이텔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신 사장은 오늘도 하이텔을 돌아다니며 생생한 고객의 소리 듣기에 나서고 있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