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엔지니어의 자세

박건양 삼성전기 기판연구소장.상무

 연초의 원화절하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감소하고 국내경기가 당분간 쉽사리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대부분 외국의 시설과 자원을 도입, 조립생산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내실보다는 외형 성장에 주력했기 때문에 국산품이 선진국 상품에 비해 질이 낮고 후발 개발도상국의 상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상실돼 해외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제조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의적절한 투자와 창의적인 기술인력 확보, 기술인프라 축적을 통한 신속한 제품·기술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오늘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인 기술인력 양성 및 지속적 관리체계 미흡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산업계에는 3천여개에 달하는 기업부설연구소가 있으나 산업계 전반에 효과적으로 전파해 줄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고, 개인과 개인 간의 기술교류를 위해 지원체제를 마련해 놓은 기업 또한 별로 없는 실정이다.

 산업이 아무리 복합화·고도화·장치산업화한다 해도 신기술을 개발, 응용하고 진전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미국 인텔이나 IBM과 같은 회사는 앞선 기술력으로 신제품을 개발하여 수십억 달러의 순익을 창출해 내는 기업으로 기술과 인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기업은 엔지니어들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능력 위주의 인사관리,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이루어져 엔지니어에게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심어주어야 하겠다. 정부 차원의 인재육성, 체계적인 지원, 미비한 사항에 대한 제도적 개선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기본을 중시하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엔지니어 자신의 마인드를 제고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엔지니어들은 항상 마케팅과 시장지향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고도의 기술습득도 중요하지만 엔지니어이기 이전에 일련의 일들이 기업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다. 늘 소비자라는 생각에서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며, 제품에 어떠한 감성과 이성을 첨가시킬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셋째, 유연한 생각으로 자신의 강점을 만들어야 한다. 엔지니어에게 중요한 자세는 규율에 얽매여 일을 지체해서 타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보다는 자기 만족을 통해 소프트한 감각을 강점으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엔지니어 스스로도 사고를 전환하고 직위에 얽매얽매이지 않고 항상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의지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세계일류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본·대만 등의 선진기술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은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더 나아가 나라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