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제목은 감상적인 로맨틱 드라마를 생각나게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프랑스 남부 지방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농장을 꾸려가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일곱 자녀의 이야기다.

 이 영화로 데뷔한 상드리 베이세 감독의 영화적 경력은 레오 카락스의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미술 담당 보조로 일했던 것이 전부다. 그러나 카메라가 영화적인 포장보다는 거친 농촌의 생활과 삶의 한 단면들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면서 영화는 강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화면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따뜻한 감동과 진실로 접근해 가고자 하는 감독의 시선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난로와 화장실조차 없는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와 일곱명의 사생아들은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들녘에서 수확을 하거나 씨를 뿌리며 일을 하지만, 옆집에 살고 있는 아버지는 이들에게 폭군과 다름없다.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 주는 아내이지만 아이들은 소작인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이들 가족에게 끊임없이 『전기를 아껴 써라』 『치즈를 많이 먹지 마라』고 잔소리를 해대며 사춘기의 딸을 성폭행하기도 하지만, 그가 있음으로 이들의 생계가 연명된다.

 이런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카메라는 이 가족의 또 다른 행복한 일상을 담아낸다. 그것은 강인한 어머니와 사랑으로 결속된 형제들의 모습이다. 멀리 떨어져 일하고 있는 형제에게 나뭇가지로 돛단배를 만들어 띄우거나 자신들의 식사보다 맛있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훔쳐먹는 등 아이들은 고된 일상사 속에서도 즐거움을 만드는 비결을 알고 있다.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겨울, 이 가족에게도 크리스마스는 멋진 파티와 눈이 기다려지는 날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갖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음식을 장만한 어머니는 자녀들과 마지막 만찬을 준비한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마지막 장면에 아다모의 샹송 「눈이 내리네」가 삽입된 걸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음악 사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감독 스스로도 『음악으로 영화의 거친 모서리들이 부드럽게 닳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밝힐 만큼 음악이 절제돼 있고 영화는 거칠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여름부터 크리스마스 전야에 이르기까지 카메라에 담겨지는 계절의 변화와 그곳에서 커 가는 아이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 때문이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