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업계가 고선명(HD) 디지털TV 개발경쟁에서는 외국 업체들에 비해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현지 언론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 초기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미국의 41개 방송국의 HDTV 프로그램 방영을 전후한 시기에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소니·미쓰비시·마쓰시타·톰슨·필립스 등 외국 업체들의 HDTV 상품화 움직임이나 사업전략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다고 자처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회사인 제니스의 동향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와이어는 지난 9월 27일자에 「미쓰비시 미국현지법인인 MCEA가 50인치급을 비롯해 총 7개의 모델을 딜러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최하가격이 3천8백95달러인 이들 제품은 모두 기존 아날로그방송인 NTSC신호 수신기능에다 HDTV 수신기를 별도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보도했다.
뉴스에지지는 또 27일자에 「디지털TV시장이 다가온다」는 제하의 특집기사에서 「마쓰시타사의 미 자회사인 파나소닉 컨슈머 일렉트로닉스는 이미 8월에 디지털TV 세트톱박스와 연결해 쓸 수 있는 56인치 와이드 프로젝션TV를 출하했으며 소니·도시바·히타치·샤프 등도 연말 크리스마스시즌부터 디지털TV 시판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미국방송협회 전시회(NAB쇼)때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제니스가 미국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비교해 최근의 보도는 매우 대조적인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언론들이 디지털TV의 시장 현황과 전망의 잣대를 여전히 소니·마쓰시타·미쓰비시·톰슨·필립스 등의 동향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HDTV의 상품화단계에서 미 언론들이 소위 1군업체들의 동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국내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을 상품화에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마케팅력 부족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디지털TV 개발경쟁과 관련해 그동안 국내 관계자들은 국내업체들이 기술개발에서는 앞서나가고 있지만 상품화단계에서는 밀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는데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