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경기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 산하기관과 사업자단체들이 전자·정보통신분야 하이테크 전문인력 해외취업 알선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10일 관계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정보기술연구원·정보통신진흥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정부부처 산하기관과 소속 사업자단체들은 IMF 이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난 해소와 외화획득 차원에서 예비취업자인 대학(원)생과 기업도산 또는 구조조정으로 휴·퇴직한 전자·정보통신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해외취업 알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캐나다·일본 등 선진국에서 전자·정보통신분야 인력 수요가 급증,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으로부터 관련인력 수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전문인력 해외취업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컴퓨터프로그래머·시스템분석가·컴퓨터엔지니어 등 정보기술(IT)관련 첨단 기술인력을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력 확충에 필요한 비자(H-1B)발급 할당량을 연간 6만5천명에서 2002년까지 매년 10만명씩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력 향상 및 노동자 보호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국내 인력의 해외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국내 전자·정보통신분야 인력이 해외취업할 경우 실업구제는 물론 선진기술 습득 및 외화획득까지 가능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산업자원부 산하기관으로 정보통신부와 노동부 지원 아래 인터넷·멀티미디어 등 정보산업분야 전문가를 집중 양성해온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김태곤)은 교육생들의 취업을 해외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별도 전문과정을 개설한 데 이어 현재 전문기술력과 어학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미국·캐나다·일본·호주 등지에 취업시키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최상용)은 최근 서울 해외취업센터와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지방 해외취업 상담창구를 통해 이달 말까지 컴퓨터엔지니어 경력자 51명을 선발, 일본 취업을 알선할 계획이다. 공단은 또 CNC기술자 10명과 전산인력 수백명을 뽑아 캐나다·미국 등 미주지역에 취업시키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중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박상희)도 지난달 중순 해외취업알선 지원을 위해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 현재 현지기업들과 대학생 1백여명을 취업시키는 문제를 협의중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남궁석) 역시 IMF 이후 SW산업계에 일고 있는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SW전문가들을 DB화해 지난 8월부터 재교육 등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고급 인력을 선발, 해외취업을 알선해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특히 관련인력을 5개 헤드헌터와 인력파견회사에 추천하고 해외 현지적응에 필요한 소양교육까지 무료로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정보통신진흥협회는 컴퓨터 2000년(Y2k)문제 전문인력의 해외취업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경력 3년 이상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취업모집을 받아 미국과 일본 기업에 연결해 주고 있다.
이밖에 한국정보기술원은 최근 Y2k 등 전자·정보통신 인력에 대한 DB망을 구축, 일본 N사를 통해 취업을 알선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미국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문인력의 해외취업 알선시 어학능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ETC어학원을 통해 영어·일어 과정을 수료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해외 취업알선업체 관계자들은 『현재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전자·정보통신분야 인력에 대한 구인요청건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인력도 부족하고 어학실력이 크게 모자라 해외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학능력, 특히 직무와 관련한 어학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양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해 공공근로사업 확대 등 임시방편적인 정책만으로는 현재의 전자·정보산업분야 취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신력 있는 정부 산하기관들의 해외취업 알선은 실업해소와 외화획득·기술력제고 등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제, 『한편으론 국내 첨단기술 전문가들의 해외유출에 따르는 인력낭비와 정보유출 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병억·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