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특별법" 개정안 확정 의미

 10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제완화 조항을 대거 포함,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학·연구기관내 실험실 공장 설치와 교수·연구원의 벤처기업 임직원 겸직을 허용한 점. 이는 정부가 박사급 고급인력의 90% 이상이 집중된 두뇌집단이자 미래의 예비 벤처창업가와 창업아이템을 발굴 및 양성하는 대학과 연구소를 벤처기업의 산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대학·연구소의 실험실은 약 9천9백50개. 따라서 창업공간과 자금이 부족한 교수나 연구원들이 이 실험실의 연구기자재를 활용, 연구성과를 산업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1실험실 1창업」을 적극 유도하면 산술적으로 1만개에 가까운 벤처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대학·연구소가 확보한 6만여명의 연구원에게 벤처기업 임직원을 겸할 수 있도록 공무원 겸직 금지에 대한 특례를 허용함으로써 실험실 창업제도와 더불어 벤처창업을 크게 활성화함은 물론 산·학·연 협조체제가 이전보다는 훨씬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부 전문인력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를 허용한 것도 장차 벤처창업 및 육성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스톡옵션은 회사 임직원에게만 허용됐는데 앞으로는 회사경영이나 기술혁신, 기술자문 등 외부 전문가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돼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대학·연구소 등 고급인력 활용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이번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에는 △공공 벤처캐피털인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의 공장설치를 허용하며 △벤처넷 구축 등 정보지원 강화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지난해 법제정 당시에 비해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많은 예비창업가와 기존 벤처기업, 벤처기업 전환 준비기업에 희소식으로 간주될 만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대의명제에는 합당하나 정부출연연구기관·대학의 기본 목적인 「기초연구분야 육성을 통한 국가산업 발전」과 「이공계 전문인력 양성」과는 배치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우선 연구원과 교수의 벤처기업 겸직, 실험실 공장 허용은 연구원 및 교수가 자신의 창업아이템에 대해 정부 및 학교의 연구비를 받아 연구하는 기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산업을 위한 기초기술 개발, 인력양성을 위해 사용돼야 할 비용을 자신의 회사를 위한 창업아이템 연구개발에 이용할 수 있으며 그 권리 또한 다른 사업주가 사용하지 못하는 등 정부와 대학 본연의 목적과는 달리 배타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교수라는 자신의 신분과 입지를 영업에 활용할 수 있어 다른 벤처기업과의 차별성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현재 학술진흥재단·한국과학재단·정보통신연구관리단이 출연 및 융자사업 등 각종 정부과제 심사때 자신은 물론 동료 연구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해당기업이 선정될 경우 특혜시비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구원·교수들의 벤처기업 임직원 겸직 허용은 기술개발만을 중요시한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혹평을 하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기존 벤처기업의 성공여부가 기술력이 아니라 대부분 마케팅 능력에 달려 있음을 모르는 단편적인 사고에서 이같은 「특별법」이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휴직 후 창업을 한 3년 미만 경력의 벤처기업 대표들이 연구소로 들어가 연구원과 벤처기업 대표라는 이중신분을 갖고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역귀향」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처기업가들은 이번 특별법이 벤처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라는 데 일정 부분 동감하고 있다. 다만 연구원 교수 겸직기간, 실험실 창업기간에 대해 법적으로 명시해 기간이 지난 후 연구원과 교수가 기업가로 변신하든지 그대로 현업을 유지하든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배·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