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국산 중형컴퓨터인 주전산기사업이 올들어 공급업체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동결과 만성적인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이 사업의 지속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7년부터 추진돼온 국산 주전산기 사업은 실질적인 국산 제품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주전산기Ⅳ」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주기판 설계 등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주전산기Ⅳ」가 외산제품에 비해 성능 등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정보기술·LG전자·대우통신 등 주전산기 4사는 주전산기 사업을 한계사업으로 분류, 개발을 전면 보류하거나 중단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대부분의 주전산기 업체들은 올들어 사업을 총괄지휘해온 사령탑들을 잇따라 교체한 데 이어 인력감축을 통해 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축소 작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공동 개발하기로 한 차세대 국산 중대형컴퓨터 개발사업도 두 부처의 극심한 의견대립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두 부처가 이처럼 중대형컴퓨터 개발 주체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오던 중에 최근 산업자원부가 수백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일명 엔터프라이즈 서버 Ⅱ)을 포기하면서 국산 주전산기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의 대형컴퓨터 개발 중단으로 주전산기 공동개발을 모색해온 정통부의 국산 중형컴퓨터 개발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여년에 걸쳐 이루어진 국산 주전산기 공급실적도 총 1천여대에 불과해 한 업체당 연평균 25대꼴로 심각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주전산기 4사의 총판매량은 30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형 공공 프로젝트인 「체신 금융분산 시스템」에도 주전산기 업체들이 외산 기종을 공급할 움직임이어서 국산 주전산기 사업은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산 주전산기 사업이 이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그동안 주전산기 업체와 함께 이 사업을 주도해온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이사장 김진찬)의 향방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 85년 컴퓨터 분야 첨단기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은 주전산기업체 4사를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국산 주전산기 관련 제반기술의 확산과 산학연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주전산기 사업이 한계사업으로 분류되면서 주전산기 업체들이 이 사업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을 탈퇴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앞으로 주전산기업체들이 「한국컴퓨터연구조합」에서 탈퇴할 경우 이 조합의 설립 명분이 크게 퇴색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주전산기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앞으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점차 퇴조하는 대신 경쟁력과 수익성이 있는 외산 중대형컴퓨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받거나 외산기종 판매에 주력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현재의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국산 주전산기의 퇴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