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음악과 저작권 (13);사적복제보상금제

 음악감상이 취미인 K씨는 3백여장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이 담긴 음반을 언제든지 꺼내 들을 수 있었지만, 여행이라도 떠날 경우에는 휴대형 리코더와 함께 여러 장의 음반을 가지고 다니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K씨는 자신이 보유한 음반이나 친구의 음반을 빌려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취향에 따라 선택, 한 개의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다.

 이후 집 밖에서도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저작물을 복제해 이용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그러나 K씨의 행동은 불법복제 및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의 저작물 복제 및 이용행위이기 때문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배포행위가 있었느냐」가 저작물 사적복제 및 이용의 경계선인 셈이다. 따라서 법이 보장하는 사적복제란 △복제물이 일반에 대량으로 배포되지 않고 △복제로 인한 비용과 시간, 복제의 질 등에서 저작권자들에게 별다른 경제적 손실을 미치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복제수단의 대중화와 디지털기술의 등장으로 무차별적인 사적복제행위가 만연하면서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적복제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적복제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관찰 및 조사 자체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고개를 내민 대안이 「사적복제보상금제」다.

 사적복제보상금제는 사적복제(녹음·녹화·복사)와 관련한 모든 기기 또는 매체에 대해 일정한 보상금을 설정해 징수, 그 재원을 권리자들에게 분배하거나 문화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그리스·노르웨이·호주·일본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유럽 대륙법계 국가들은 복제기기 및 매체의 출하가격에 일정한 보상금을 보태 원천징수하는 부과금제(Levy System)를, 영미법계 국가들은 복제보상금 관리단체가 복제물 사용자와의 「저작물 복제 이용 허락계약」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상금을 징수해 분배하는 계약제(Voluntary System)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3년 문화관광부(당시 문화체육부)가 95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진행한 저작권법 개정작업에서 유럽 대륙법상의 부과금제를 기초로 하는 사적복제보상금제를 신설하려 했으나, 관련산업계의 부담증가를 우려한 당시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및 관련업계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이후 내년으로 예정된 저작권법 재개정을 앞두고 다시금 사적복제보상금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으나, 역시 도입하기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