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의 41개 방송국들이 일제히 고선명(HD) 디지털방송을 개시했지만 유선방송국의 의무재전송 규정이 HDTV 시장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삼성전자·LG전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HDTV방송의 보급확산을 위해 유선방송국들의 HDTV방송 의무재전송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당사자들의 반발로 인해 이 법안 제정에 적지 않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유선방송을 통한 TV시청비율이 전체 시청자의 70%를 차지, 유선방송국이 디지털방송을 의무재전송하지 않을 경우 디지털TV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미 유선방송협회는 디지털방송을 의무재전송할 경우 현재 확보하고 있는 채널의 최대 절반 정도까지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적정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제소까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유선방송국들은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재전송할 경우 해당 지상파 방송국들과 협의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면 의무재전송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미 교회연맹, 미디어 액세스 프로젝트, 벤턴기금, 미디어교육센터, 시민권리포럼 등 시만단체들은 의무재전송이 인종보호정책에 위배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비해 미 가전제조자협회(CEMA)는 유선방송국들이 HD 화질을 SD급으로 떨어뜨리지 않고 프로그램가이드를 변형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의 불법복제를 보장해주면서 의무재전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 양측의 입장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의무재전송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HDTV사업전략을 재수립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