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평가하고 내년을 예측한다.」
세계 정보기술(IT) 분야의 산역사로 평가되고 있는 추계컴덱스(COMDEX/Fall)가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이번 행사도 올 한해 세계 IT산업을 결산하고 99년 이후 시장과 기술흐름을 한눈에 예측해 볼 수 있는 세계 최고 최대 규모 이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컴덱스는 지난 79년 인터페이스그룹이라는 이벤트 회사에 의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창설됐다. 컴덱스는 원래 영문 글자에서도 나타나듯이 「컴퓨터 유통회사들의 전시회(COMputer Distributors EXposition)」로 출발했다. 당시 「Distributor」라는 말은 IBM이나 스페리(현재의 유니시스) 등 메인프레임급 컴퓨터 제조사들과 대비되는 뜻으로 애플컴퓨터·오스본·인텔·탠디·마이크로소프트 등 7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PC관련 제품 공급자들을 지칭하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됐다.
따라서 초창기 컴덱스는 지금처럼 IT산업 전체를 주도하는 행사가 아닌 PC 전문 전시회였을 뿐이었다. 당시만 해도 PC는 IT업계에서 메인프레임 등 중대형급 컴퓨터에 감히 비교될 수 없는 소수그룹 장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컴덱스 자체가 오늘날처럼 크게 주목받는 행사는 되지 못했다.
컴덱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PC가 IT분야의 꽃으로 부상한 90년 이후부터다.
컴덱스에서 발표된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이때 처음으로 IT산업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그 계기를 제공한 제품이 89년의 MS-DOS 5와 91년의 윈도 3.1이다. PC산업을 급팽창시킨 계기를 제공한 제품들이 선을 보인 것도 이 때다.
이에앞서 컴덱스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오늘날 IT산업의 축이 돼주고 있는 중심 기술이나 제품들이 모두 이 전시회를 통해 전세계에 발표돼 왔음을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라는 걸출한 두 기업 역시 컴덱스를 통해 성장해 왔음은 물론이다.
역대 컴덱스를 통해 발표된 제품들을 보면 IBM PC 5150(81년·최초의 16비트 PC)을 비롯해 PC/XT(82년), PC/AT(83년), 애플 매킨토시(84년), 컴팩386(84년·최초의 386PC), 그리고 x86계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역대 MS-DOS 및 윈도 운용체계가 모두 컴덱스에서 발표됐다.
한편 매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컴덱스는 지난 90년부터 매년 5월 시카고와 애틀랜타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춘계컴덱스(COMDEX/Spring)가 창설되면서 정식명칭도 추계컴덱스로 바뀌었다. 컴덱스가 세계 최고 최대 규모 IT이벤트로 거듭난 것은 지난 95년 봄 일본계 기업인 소프트방크가 인터페이스그룹과 IT분야 전문출판언론사인 지프데이비스를 함께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소프트방크는 「PC WEEK」 「PC매거진」 「ZD넷」(인터넷) 등 매체를 발행하는 지프데이비스를 개최자로 내세워 주최지를 라스베이거스·시카고·애틀랜타 외에 멕시코시티·밴쿠버·부에노스아이레스·도쿄·파리·뉴델리·베이징·마이애미·프랑크푸르트·런던·퀘벡·싱가포르·몬테레이·카이로·토론토 등 18개 도시로 확대하는 등 컴덱스를 사실상 전세계 IT산업을 지배하는 초거대 이벤트로 키웠다. 이밖에 서울 등 5개 도시에서는 현지 대리점을 통해 동명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