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쓸데없이 랩에 욕만 쓴다면, 그건 쓸데없이 벗는 외설영화 한 장면이나 다름없지만 필요할 때 쓰는 표현이라면, 것 땜에 판이 안 나가도 시도해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
최근 PC통신 음악자료실과 패러디 웹진의 대표격인 「딴지일보」를 통해 공개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조PD(본명 조중훈)의 「브레이크 프리」라는 곡의 가사내용 중 일부다.
이같이 기존의 정형화된 문화에 대해 비주류를 선언하며 마니아 군을 형성하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사이버스페이스를 주 활동무대로 삼아 급부상하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 등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로는 판타지와 무협소설로 대표되는 문학 분야를 비롯해 대중음악, 사회비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올 들어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받으며 이 중 일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현실문화 속으로 진출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음악 등 일부 분야에 참여하고 있지만 비디오 카메라의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어 머지않아 영화 분야에도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문학분야인데 판타지의 경우 하이텔의 판타지동호회(fntsy), 창작연재란(serial), 나우누리의 SF & Fantasy(go SF), 천리안의 아마추어 작가란(debut.34)이 주무대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드래곤라자」의 후속편을 연재하고 있는 이영도의 「Future Walker」는 하이텔 창작연재란을 선도하고 있는 작품이고, 판타지 동호회의 「쿠베린」 「하얀로냐프강」, 나우누리에서는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가즈나이트」 「피트에리아Ⅱ」, 천리안은 「묵향외전」 등이 조회수 1천∼3천회를 육박하며 많은 마니아들을 몰고 다닌다.
무협소설의 중심지는 하이텔과 천리안의 무림동호회. 하이텔의 경우 「청룡장」 「표류공주」 「비뢰도」 등이, 천리안은 「묵향」이 네티즌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
이들 언더그라운드 작가는 엄격한 원칙을 갖고 글을 올리고 있다. 절대로 상용 IP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글을 올리지 않고 「무료정보」를 고수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또 자신이 글을 올리는 게시판 외에는 타 통신망 등 다른 곳에서 연재 요청을 할 경우 까다로운 조건을 걸기도 한다. 이 때문에 소문을 듣고 연재되는 글을 읽기 위해 해당 통신망에 가입을 하기도 하고 메일로 모음집을 보내달라는 요청도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출판돼 인기작가로 부상하기도 하지만 「청룡장」 같은 무협소설은 기존 출판 문화와 유통질서를 거부하고 자비 출판형태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온라인 유통을 시도하는 등 언더그라운드의 「비주류」 성격을 고수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도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미 수 년 전부터 음악관련 동호회에서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조직해 자신이 만든 곡을 동호회 자료실을 통해 내놓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나우누리 음악동호회를 주무대로 활동해 온 「자우림」 「황신혜밴드」 등은 통신에서 쌓은 음악성과 인기에 힘입어 가요계에 진출한 사례지만 이 밖에도 많은 밴드와 가수들이 통신을 무대로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나우누리 음악자료실에 처음 업로드돼 1천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는 조PD의 음악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사이버스페이스에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유학생으로 알려지고 있는 그의 음악은 도저히 현재의 국내 음반법으로는 허용될 수 없는 노골적인 욕설을 담고 있다.
「딴지일보」로 대표되는 패러디 사회비평 문화도 빼놓을 수 없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한 종류다. 이미 지난 7월 이후 2백6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딴지일보(http://ddanji.netsgo.com)는 국내 모 일간지의 웹사이트를 패러디해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현실 문화에 대한 비주류라는 점이 그것. 모든 대중에 대한 문화라기보다는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라는 점에서 자칫하면 현실 제도와 문화를 배척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쉽다.
최근 검찰에 구속기소된 「북한 찬양 홈페이지」라든지 벌금형이 선고된 「이승희 홈페이지」 사건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문제가 부각된 대표적인 사례다. 욕설이 난무하는 조PD의 음악도 아직까지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유포가 되고 있지만 언제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딴지일보의 김어준씨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나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 없이 기존 문화의 잣대로 탄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양측 문화의 기본바탕을 인정하면서 두 문화간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나우누리의 문용식 부장도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일시적으로 기존 잣대에 의해 차단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네티즌들과 싸워 이길 상대는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미 사이버스페이스가 여론을 반영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로 등장한 이상 정당하지 않은 공격은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네티즌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자유로운 공간을 계속 만들어가려면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