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창조> 데이터씨큐어

 「나자바바(nAzAbAvA)」. 동화책 아라비안 나이트 속의 마술주문처럼 들린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한 벤처업체가 최근 개발한 국산 암호 신제품. 홍채·망막·지문 같은 생체패턴을 비밀키로 쓸 수 있는 신개념의 데이터 보안용 암호다.

 『우리말 「나 잡아봐」를 익살스럽게 표기해 봤습니다. 해커들이 도저히 풀 수 없는 암호라는 뜻을 담았죠. 생체패턴을 이용한 데이터 보안 암호는 아마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겁니다.』 나자바바를 개발한 데이터씨큐어사 차광훈 사장은 들뜬 목소리로 말문을 연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출범한 벤처업체. 직원은 고작 열 명밖에 안되지만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모두가 엔지니어 출신이다. 원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무실 분위기도 회사라기보다 대학 연구실을 연상시킨다. 서울산업대학 전자공학과 조교로 일하면서 암호 연구에 몰두하다 결국 학위 대신 벤처창업을 선택한 차 사장을 비롯해 직원 대부분이 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래서 간이침대에서 2인 1조로 새우잠을 청하는 날도 많으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1년을 꼬박 고생해서 내놓은 제품이 바로 나자바바다.

 사실 홍채로 신분을 확인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미션 임파서블」 같은 할리우드 첩보영화만 봐도 감시카메라가 홍채 이미지를 추출해 침입자를 가려내는 장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실제로 시티뱅크를 비롯해 일부 금융권에서는 홍채인식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고 인증시간만 좀더 빠르게 만든다면 대중화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 경우는 카메라가 읽어들인 홍채의 그래픽을 미리 저장해 놓은 샘플들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처럼 홍채 패턴을 암호화시킨 제품을 발표한 업체는 없었다. 그래서 나자바바에 대한 암호관련 학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알고리듬을 공개하기 전에는 절대 믿을 수 없다」는 것.

 이런 반론에 대해 차 사장은 『다차원 함수를 이용한 변형 블록 알고리듬을 적용해 홍채는 물론 어떤 그래픽 이미지도 비밀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암호화시켰으며, 키 길이도 기존 1백28비트에서 1만6천3백84비트까지 늘렸다』고 주장한다.

 차 사장은 며칠 후 미국에서 열리는 컴덱스쇼에 나자바바를 비롯해 「다마가」 「데이터크립토」 등 3종의 암호 신제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정보선진국이며 사실상 암호의 메카인 미국에서 상품화 가능성을 입증받고 싶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암호는 무기다. 컴퓨터와 통신이 거미줄처럼 엮인 네트워크 시대에 한 국가의 암호체계를 파괴한다는 것은 군사시설을 마비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또 전자상거래가 정착되면 암호는 개인의 금고나 회사의 기밀문서 보관함을 여는 열쇠가 된다. 만일 데이타씨큐어사가 몇몇 정보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는 첨단 암호기술을 한 단계 뛰어넘는 신제품을 개발해 낸 것이 사실이라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제품이 실용화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거나 기술상의 허점이 발견된다고 해도 「아무도 풀 수 없는 암호를 만들어보자」는 벤처정신만은 높이 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