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출판계 "지각변동"

 학습교재 전문 출판사인 중앙교육진흥연구소(대표 허필수)가 최근 컴퓨터 수험서 분야 진출을 선언한 것을 비롯해 지난 40여년 동안 학습교재 분야에 주력했던 교문사와 교학사도 각각 지난해부터 컴퓨터 출판 활동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나섬으로써 조만간 국내 컴퓨터 출판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천재교육·지학사·디딤돌·블랙박스 등 수능교재 전문 출판사들도 최근 학습지 시장의 급속한 위축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컴퓨터 서적 출판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판협회에 따르면 국내 학습지 시장규모는 지난 97년 약 7천5백억원을 정점으로 올해부터 매년 20% 이상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보처리기능사 등 정보통신(IT) 자격증 시험은 IMF와 정보화를 특히 강조하는 국가정책(학력 중심보다는 능력 중심의 사회로의 전환, 자격증의 학점은행제 채택) 등에 힘입어 수험생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컴퓨터 출판 시장은 1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태풍의 핵은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이 회사는 지난 9월 국내 컴퓨터 출판계 선두주자인 영진출판사의 베테랑 기획자인 이상돈씨(38)를 정보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하면서 앞으로 대학과 컴퓨터 학원 등에서 사용할 교재와 각종 IT관련 자격시험에 필요한 수험서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채비를 갖췄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의 정보사업본부는 회사측의 풍부한 자금지원 등에 힘입어 지난 1일 정보처리기능사와 윈도95 등 5종의 컴퓨터 관련 수험서를 한꺼번에 선보이면서 올 연말까지 50종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련업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중앙교육 정보사업본부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수험서 및 교재개발 팀에 각각 포진하고 있는 베테랑 기획자들. 우선 수험서 팀에는 지난 10여년간 학원강사와 교재 집필에 전념해온 유경희·유은경 연구원을 비롯해 대학 등에서 오랫동안 강의실력을 쌓은 전미하·서보원 교수 그리고 류현녀·송형근·김용하·박찬웅씨 등이 기획 및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또 교재개발 팀에도 10여년간 학원강사와 교재 집필을 했던 박선희 연구원을 중심으로 다수의 유명강사와 전문 집필자가 기획에서부터 집필작업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편 영진·한컴프레스·정보시대 등 기존 컴퓨터 출판 관계자들도 최근 모임을 갖고 앞으로 지나친 가격경쟁을 자제하기로 결정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모임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회의 분위기에서 현재 컴퓨터 출판계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고 밝힌다.

 기존 컴퓨터 출판업체들의 모임에서는 영진출판사·정보문화사 등 선발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지나친 가격경쟁을 벌였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컴퓨터 출판의 서적 수익성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악화된 상태다.

 대표적인 경우로 영진출판사는 「할 수 있다」 시리즈로 1백만부나 팔았다고 하지만 이 사업의 수익성만 보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위 업체마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강력한 경쟁자 출현은 국내 컴퓨터 출판계의 공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지나친 덤핑판매부터 중지하자는 뒤늦은 자성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