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35);에코스피어

 에코스피어(ecosphere)란 외부와 독립된 하나의 생태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에코스피어다.

 이 안에서 생물권·대기권·암석권·수권 등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자체적인 물질대사의 순환과 정화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에코스피어는 아주 작은 규모로도 성립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상품으로도 개발됐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대니얼 하모니, 미첼 하모니 부부는 둥근 유리공 안에 하나의 작은 우주를 만들어 넣고 상품명을 「에코스피어」라고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

 먼저 둥근 유리공 안의 3분의 2 정도를 바닷물과 약간의 자갈, 모래로 적당히 채워 넣고 거기에다 아주 조그마한 빨간 새우 몇 마리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녹색 바닷말도 넣는다. 그 다음 유리공의 구멍을 녹여서 밀봉하는 것이다.

 이 미니 에코스피어 아이디어는 원래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처음 창안한 것으로, 인간이 우주로 진출할 때를 예상해서 우주식민지의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고안된 것이다. 인간 역시 우주에서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독립공간에서 거주해야 한다. 그 안에서 공기와 음식물, 인간의 배설물, 각종 쓰레기 등 모든 물질대사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공급·순환·정화돼야 한다.

 유리공 에코스피어는 완전히 밀봉되어 있기 때문에 새우들에게 먹이를 줄 수도 없고, 물이 더러워져도 갈아 줄 수 없다. 모든 것이 그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밤과 낮은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도록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유리공이 외부에서 공급받는 단 한 가지가 바로 햇빛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환경교육센터 사무실에 있던 유리공 에코스피어 수십 개가 죄다 죽어버린 적이 있었다. 새우와 바닷말이 다 죽어서 썩어버렸던 것이다.

 원인을 살펴 본 결과, 환경교육센터의 업무가 폭주해서 매일같이 야근을 하다보니 하루에 20시간 이상은 항상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낮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반면에 잘 유지된 경우 새우들이 새끼를 낳아 자체 번식이 이루어졌다.

 이런 경우에는 유리공을 만든 하모니 부부조차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처음에 넣었던 수보다 더 불어나기도 한다.

 이 유리공 에코스피어는 지구의 축소판이다. 자갈과 모래, 그리고 유리공 그 자체는 땅에 해당된다. 물은 바다고 공기는 대기권이며 새우와 바닷말, 그리고 미생물(눈에는 안 보이지만)들은 지구의 생물권에 해당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지구나 유리공이나 똑같다.

 실제 지구에는 이밖에 두 가지가 더 있다.

 먼저 얼음이다. 남·북극 양극에 거대한 얼음덩이가 있고 또 세계 각지의 높은 산들도 일년 내내 눈에 덮여 있다. 이들은 물과는 성격도 다르고 영향력도 다르므로 별도의 권역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구에는 인간들이 있다.

 이 부분을 소련의 지구 과학자 버나드스키는 「지능권(Noosphere)」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능권은 지구를 이루고 있는 각 요소들 중에서 가장 최근에 생겨났지만 가장 급속하게 그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는 곳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 결과 지구의 자연적인 정화 능력을 훨씬 초월하여 무척 빠른 속도로 여러 부분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이는 다시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야흐로 지구라는 에코스피어는 탄생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