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앞날을 예견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다가올 21세기에는 정보기술이 근간이 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정보사회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이 발표되기 시작한 70년대만 해도 이것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20년도 채 못 돼 정보사회의 도래가 명백하게 입증되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정보화 성숙단계에 대비해 선진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무역기구(WTO)·유엔상거래위원회(UNCITRAL)·세계관세기구(WCO) 등을 통한 국제적 논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초기에 전자문서교환(EDI)을 중심으로 시작된 후 인터넷 등장으로 한 차원 영역을 넓히게 된 전자상거래는 불과 5∼6년도 채 못 돼 그 놀라운 성장으로 인간사회의 모든 차원에 강력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OECD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 97년 전세계적으로 약 2백60억 달러의 매출에서 2003년 내지 2005년경에는 그 규모가 약 1조 달러로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는 재고비용 감소 및 주문절차 간소화·정확화로 기업의 가격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비용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내고, 기업구조를 유연하게 함으로써 경영절차 및 조직체계를 간소화해 변화하는 환경에 기업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며 장단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리를 단축시키고 세계의 국경을 무의미하게 함으로써 기술정책·통상정책·경쟁정책·규제개혁 등에 많은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월 7∼9일에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OECD 전자상거래 각료회의」가 개최됐고, 필자도 이 회의에 참석했었다. 이 회의에는 정부 대표뿐만 아니라 업계 대표, 소비자단체 대표, 노동자 대표, 여러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주요 관심사항에 대해 토의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앞으로의 작업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그 동안의 실무작업 결과를 점검하고 이용자 및 소비자 신뢰구축, 디지털 시장을 위한 기본규범 확립, 전자상거래 정보인프라 구축, 이익의 극대화 등 4가지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각 비전에 대한 활동계획을 검토, 결정했다.
이와 같이 여타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OECD에서도 전자상거래를 단순히 상거래 수단 또는 방법의 변화로만 여기지 않았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자상거래가 인간사회의 모든 측면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정의하고 다양한 분야의 논의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전자상거래라는 것이 선진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몇몇 선진국들만이 현재 전자상거래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OECD·UNCITRAL·WTO 등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국제논의에서도 선진국의 입김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내 전자상거래를 조속히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거래절차 개선과 간소화를 위해 기업간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높은 기술력을 가진 노동력 수요증대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노동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로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전자상거래 자체가 시장경쟁 속에서 발전하듯이 전자상거래를 지원하는 네트워크 역시 경쟁환경 속에서 저렴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전자상거래 시대에 사회구성원이 가질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불안감과 신뢰 사이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산업·경제·사회부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전자상거래를 각 분야의 균형적인 발전을 유지하면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련 공공 및 민간 단체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최태창 한국전자거래표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