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TV.VCR> 첨단 영상기기 "버라이어티 쇼"

「대형TV 및 평면TV 시장을 잡아라.」

 「고기능 첨단 VCR를 개발하라.」

 영상기기 업체들이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TV·VCR 등 영상분야의 신시장 개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전자3사는 33인치가 한계로 인식돼온 대형TV 크기를 확대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 3사는 제품의 대형화와 함께 슈퍼플랫이 한계라고 여겨온 브라운관(CRT)의 평평도를 극복하고 말 그대로 종이처럼 완전평면을 실현한 평면제품의 개발 및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관념을 벗어난 각종 첨단기능을 내장한 VCR의 상품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자3사는 VHS방식 비디오 테이프 하나로 24시간 녹화가 가능한 제품이라든가 디지털기술을 채용해 1천시간 이상 녹화가 가능한 제품, 그리고 순식간에 되감기가 가능한 제품 등 상상을 뛰어넘는 첨단 VCR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와 전세계에 불어닥친 금융불안으로 내부단속에 여념이 없던 업계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활기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물러서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마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장 내년 6월이면 내수시장이 완전개방돼 그동안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보호막도 사라질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상산업에 관한한 영원한 경쟁상대이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 업계는 어수선한 세계 경제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대형TV 및 완전평면TV를 먼저 상품화해 텃밭인 일본 시장을 일구어가는 한편 해외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업계에는 더 이상 움츠리고만 있을 경우 일본 업체들에게 해외시장은 물론 자칫하면 안방까지 내주고 마는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의 경우 일본 업체들은 33인치에서 38인치에 달하는 초대형 CRT TV로 국내 업계를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다.  게다가 40인치 이상 크기의 프로젝션 TV는 일본 업체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최대 수요처인 북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형편이다.

 TV는 가격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미 25인치 미만 중소형 제품에서는 더 이상 부가가치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까지 대형TV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고선명(HD) 디지털TV 방송 실시는 기존 아날로그 TV의 대형화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업계는 30인치에서 40인치에 이르는 초대형 CRT TV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수요량이 많은 25인치에서 31인치급 대형TV에서는 완전평면 CRT TV로 고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완전평면TV는 지난해 소니가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래 올초 샤프·도시바·일본빅터가 잇따라 가세해 일본 시장에서는 이미 주력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형·평면TV 시장을 잡아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 시장 경쟁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삼성전관·삼성코닝·삼성전기 등 전자부문 관계 3사와 공동으로 지난 8월, 「완전평면TV」의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완전평면 브라운관을 채용한 29인치 TV를 지난달 초부터 출시, 한달만에 1천5백여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올렸으며 조만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한편 내년 초에는 32인치급 완전평면TV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성전자가 완전평면TV 시판에 나서자 LG전자·대우전자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LG전자 역시 평면TV 출시가 슈퍼플랫 브라운관 위주로 형성돼 있는 대형 고급TV 시장판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 내년 초로 예정돼 있던 평면TV 출시를 앞당겼다. LG전자는 미 계열사인 제니스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플래트론 기술을 채택한 17인치 완전평면TV인 LG플랫(모델명 CN17F1)을 지난 9월부터 시판하기 시작했다.

 LG는 이어 다음달부터 21, 29, 32인치 와이드 등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잇따라 출시, 29인치 기종에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의 완전평면TV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대우전자는 관계사인 오리온전기의 평면브라운관 개발일정상 평면TV 출시가 빨라도 200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에 맞대응하기보다는 TMAM이나 PDP를 이용한 평판TV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지난달 기존의 액정프로젝터보다 3배나 밝은 획기적인 투사형 TV인 박막미세거울구동장치(TMA)를 독자개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우전자는 내년 초까지 TMA를 이용한 TV를 출시, 평면TV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력으로 제품차별화를 시도하고 동시에 PDP TV를 경쟁사보다 조기에 상품화해 평면TV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면TV로 대형 고급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대형TV 위주로 사업구조를 탈바꿈하기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명품 플러스원을 내세워 대형TV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는 32인치 이상 초대형 CRT TV와 40인치 이상 프로젝션TV 사업강화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인치 이상 대형제품 모델수를 늘리고 CRT 국산화가 안된 32인치에서 36인치에 이르는 초대형 CRT는 OEM 공급받아 모델다양화를 꾀할 방침이며 40인치 이상 프로젝션TV 역시 모델수를 10여개로 늘려 북미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29인치 및 와이드 제품을 대형TV 시장공략을 위한 전략품목으로 선정하고 아시아·유럽·북미 등 3개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제품을 별도 개발, 오는 2000년까지 대형TV 판매비중을 전체 해외판매량의 20%로 높이기로 했다. 또 HDTV와는 별도로 순차주사방식의 고화질 46인치 프로젝션TV를 출시해 40인치급 이상 시장에 뛰어들고 최근 개발한 TMA를 십분 활용, 오는 2005년까지 60인치 이상 투사형TV 시장을 장악한다는 포석이다.

 LG전자는 CRT방식의 대형TV와 완전평면TV, 플라즈마(PDP)TV를 앞세워 대형TV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LG전자는 프로젝션TV의 주력시장인 북미시장에서 관계사인 제니스가 10%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어 순차주사방식을 채용한 내수용 60인치 및 43인치 프로젝션TV를 출시, 이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고급제품인 완전평면TV를 주축으로 유럽과 중국시장을 개척해 현재 10%에 달하는 대형TV 해외판매 비중을 오는 2000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VCR에는 고화질 제품에서부터 기기를 사용하는데 편의를 도모하는 각종 첨단기능이 내장된 제품개발이 줄을 잇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국내 처음으로 기존 아날로그 VHS방식 VCR에 디지털 메모리기능을 채택한 감시용 VCR를 상품화하고 시장선점에 나섰다.

 이 제품은 기존 VHS VCR에 디지털회로를 내장, 입력된 영상을 일단 메모리에 저장해 두고 화질을 개선하거나 데이터를 압축 또는 복원하는 등 대부분의 기능이 디지털화됐으나 기록방식만 기존 아날로그 방식이 적용됐다.

 LG전자가 부분디지털화로 감시용 VCR시장 선점에 나서자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잇따라 완전 디지털 VCR를 출시, 시장경쟁에 가세했다.

 삼성전자는 6㎜ 테이프를 저장매체로 한 DVC방식의 고화질 디지털VCR를 발표, 감시용 시장과 더불어 의료용 시장공략에 나섰다.

우전자는 기존 VHS테이프에 디지털로 기록할 수 있는 디지털 VHS방식 신제품으로 감시 및 의료용 시장경쟁에 뛰어들었다.

 전자3사는 그동안 VCR의 대기전력을 시간당 최고 20W까지 높게 설계했으나 에너지 절감을 위한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미국 및 EU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력사용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전력을 시간당 3W 미만으로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기전력이 3W 미만인 VCR 2개 모델을 출시했으며 대우전자는 전모델의 대기전력을 4∼5W 미만으로 이미 낮추었으나 2W 미만으로 낮춘 획기적인 신제품도 조만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현재 생산중인 12개 모델의 대기전력을 6∼10W로 크게 낮춘 데 이어 3W 미만으로 낮춘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 삼성전자는 3배연장 녹화기능에 그치던 VCR의 기능을 9배까지 연장해 VHS 테이프 하나로 24시간 녹화할 수 있는 VCR를 출시했으며 LG전자는 12배 연장녹화기술을 개발해 놓고 상품화 시기에 고심하고 있다.

 전자3사는 특히 자체 개발한 초간단 예약 또는 초간편 예약기능으로 한때 주목을 끌었던 미국방식의 G코드 예약방식을 퇴출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LG전자는 최신모델이 1백80초에 이르던 되감기 시간을 60초로 단축시킨 3백60배속 되감기기능,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들려주는 해석청취기능, 녹화중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나올 경우 이를 녹화하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기능 등 다양한 신기능을 채용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