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MEDICA 98> `98 독일 국제의료기기전 `팡파르`

우리나라 무역역조의 주범이던 전자의료기기산업이 수출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의 전자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1억1천5백81만4천달러)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자의료기기 수출은 초음파 영상진단기·심전계(ECG)·X선 촬영장치 등 주력품목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 늘어난 6천1백25만7천달러로 집계됐다.

 심전계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천61%(1백27만2천달러)나 늘어난 것을 비롯해 초음파 영상진단기가 35.6%(3천4백41만달러), X선 촬영장치가 84.1%(3백10만2천달러)의 증가를 각각 기록했다.

 지역별 수출점유율도 동남아시장 일변도에서 탈피해 유럽시장이 가장 큰 25.8%를 기록했으며 미국(21.4%)·아시아(19.1%)·러시아/동유럽(8.9%)·남미(7.5%)·일본(6.1%)·중동(4.3%)·기타(6.9%) 등의 순으로 다변화됐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내수시장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신시장 개척 및 틈새시장 공략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등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편데다 지속적인 해외 전시회 참가 등으로 한국산 제품의 대외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산·학·연·관이 협력, 신제품 개발과 성능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고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95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이용한 의료기기 수출이 올해 처음 성사돼 총 3백억원 상당의 한국산 제품이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 대량 선적되기 시작했다. 의료기기 메이커와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파나마·중국 등 여러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EDCF를 이용한 의료기기 대량수출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기기 수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병원의 경영악화와 리스료 인상의 영향으로 고가 전자의료기기 수입이 크게 줄어 수입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무려 60%나 감소한 1억4백49만달러로 집계됐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수출액이 수입액의 10분의 1도 안됐던 것을 감안하면 전자의료기기부문 무역수지 적자 감소폭은 매우 가파르게 줄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 한원국 회장은 『올해 전자의료기기 수출액은 지난해 1억1천5백만달러보다 50% 가량 증가한 1억8천만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MEDICA를 비롯한 주요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에 한국업체들이 대거 참가할 계획으로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1억달러 돌파 1년 만에 2억달러를 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한 시점에서 열리는 「독일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MEDICA 98)」는 수출확대를 최대 목표로 두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6만5천㎡ 규모에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에서 2천여 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 의료기기 전시회로 각종 전자의료기기와 의료 관련기술이 대거 선보인다.

 우리나라도 26개사나 참가하는데 한신메디칼·바이오시스·바이오스페이스·정상테크노·정원정밀·인포피아 등 14개 업체가 전자산업진흥회가 주관하는 한국공동관으로 출품한다. 또 자원메디칼·닥터리·세인전자·소이상사 등 12개 업체가 단독 부스로 참가하며, 메디슨 자회사인 오스트리아 크레츠테크닉사와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을 홍보할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부스까지 포함할 경우 28개사에 달한다. 10개 업체가 참가했던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MEDICA가 국내업체들에 인기가 높은 것은 전문 전시회 취약지역이자 주요 수출 대상국인 동유럽권·소련·북미·남미·아프리카·중동·동남아 등지의 바이어가 전시회 기간중 대거 몰려 어느 전시회보다 현장 계약 및 상담 성과가 높기 때문이다.

한 과거 전시회 참가경험을 통해 국산제품의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인지도도 크게 높아져 선진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 것도 이 전시회에 대거 참가하는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이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은 총 1천7백67만2천달러의 수출상담과 6백66만3천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다수의 해외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5년부터 MEDICA에서 한국공동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 홍장혁 팀장은 『이번 전시회 참가목표는 상담 2천5백만달러, 계약 1천만달러로 설정했으나 초음파 영상진단기·인공지능 전자혈압계·멸균소독기·체지방 분석기·심전계 등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다수 출품하기 때문에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이 영세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10개 내외에 지나지 않고 해외시장 정보가 어두우며, 연구개발 투자방향도 문제가 있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자의료기기산업이 명실상부한 수출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분산된 기술개발자금 지원을 지양하고 전략품목 위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EDCF를 통한 의료기기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추진체계 아래에서 범국가적 공동연구 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기술 인프라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고, 전문 연구인력 양성 및 산업 정보화도 매우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