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의무조항 "유명무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의무 편성기준, 시청자위원회 운영, 월간 방송실적 보고, 방송사 자체 심의 등 현행 방송법에서 규정한 각종 의무사항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방송법은 전체 프로그램 중 「보도 10% 이상, 교양 40% 이상, 오락 20% 이상」 편성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각 방송사는 대부분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7년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분석한 결과 KBS2·MBC의 교양부문 편성비율이 40% 미만이었으며 98년 봄개편에서는 MBC·SBS가 교양부문 편성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C는 지난 1년간 두번의 프로그램 개편과정에서 단 한번도 편성기준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오락 프로그램을 50% 이상 편성해 다른 부문의 편성기준 준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또한 현행법은 방송국들의 준수사항으로 매월 시청자위원회를 열어 심의 결과 및 처리에 관한 사항을 방송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상당수 방송국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위원회에 보고된 72개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 운영 현황을 보면 월1회 이상 시청자위원회를 개최한 방송사는 58개사였으며 11회 개최는 10개, 10회 미만은 4개사였다.

 특히 시청자위원회가 선정성·폭력성·인권침해·초상권 침해·명예훼손 등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으나 실제로 반영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청자위원을 방송사 사장이 위촉하고 방송사 직원이 사무처리를 하는 등 시청자위원회의 독립성이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송사들이 방송위원회에 제출하게 돼있는 월간 방송실적 보고도 형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방송사는 월간 방송통계 보고서와 방송일시, 방송 구분별 방송순서를 기재한 월별 방송실시 결과를 매월 15일까지 제출해야 하지만 대부분 방송국들이 보고 법정기일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KBS를 비롯,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월별 방송실시 결과를 생략한 채 간단한 통계보고서만 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자체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위원회가 올 1월부터 7월까지 각 방송사의 자체 심의 실적을 조사 분석한 결과 다수의 프로그램이 생방송 프로그램이거나 제작부서에서 대본을 제출하지 않아 사전심의가 불가능했으며, 사전심의를 실시한 경우에도 제작물이 아닌 기획안이나 대본만 심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