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밀어내기 근절책" 마련 의미

 중견 제작사들의 모임인 프로테이프제작사협의회가 프로테이프 시장에서의 「밀어내기」 판매행위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최근 이른바 「밀어내기 근절책」을 발표(본지 13일자 19면 참조), 업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품률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조치 등을 골자로 한 이 「밀어내기 근절책」은 비디오 유통의 흐름을 정확히 꿰차고 있는데다 강제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이같은 내용의 근절책이 현업에 적용될 경우 밀어내기 판매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절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포장이 뜯긴 채 반품되는 비디오에 대해 작품별 출고량의 2%만 정식 반품으로 인정하겠다는 것과, 이를 어길 경우 영업소장 문책과 영업사원 퇴출 등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협의회는 이를 위해 작품 출고 7일차에 현물조사를 실시하고 판매마감도 매달 27일 낮 12시로 정해 밀어내기가 현업에서 사실상 퇴출되도록 했다.

 이같은 「근절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프로테이프 대여시장에서의 「비디오 대여점 밀어주기」가 거의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업계의 밀어내기는 마치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95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정체되면서 비디오 대여점에 대한 밀어주기를 하지 않으면 중소작들을 거의 판매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특히 일부 대여점은 이를 악용, 「밀어준」 제품을 청계천 등지에 내다 팔고 그 자금을 가게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는 제작사들이 대작 위주로 판매량 증대책을 모색해온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0만개 판매수량을 맞추기 위해 덤으로 2만개를 더 제작, 공급하는 사례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번에 협의회가 대작에 대한 최대 판매수량이 감소하고 중소작들의 판매가 더 어려워질 것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메스를 든 이유는 이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제작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영구조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란 위기감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물류비용과 반품처리를 위한 부대비용도 그것이지만 밀어주기를 통한 대여료 가격질서가 붕괴됨으로써 시장구조가 약화되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꼽고 있다.

 한국영상음반유통업중앙회가 『대여료 가격파괴현상은 시장경쟁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작사들의 밀어내기에 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출혈이 예상되지만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밀어내기」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프로테이프 대여·판매시장은 당분간 매기가 크게 감소하고 대작의 판매량도 격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작들의 판매가 어려워짐으로써 매기부진에다 판매 양극화 현상까지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형 비디오 대여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대여판매시장의 재편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협의회의 규정이 강력한 제재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협의회의 성격이 임의단체에 불과한데다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 비디오 대여점들이 『제작사들이 가격인상을 단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밀어내기 근절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는 그러나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밀어내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며, 이번 협의회의 「밀어내기 근절책」은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시의적절한 조치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