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 시장에서 펜티엄 또는 펜티엄Ⅱ용 구형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 이후 PC를 새로 장만하기보다는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해 사용하려는 알뜰소비 경향이 확산되면서 이미 구형이 돼버린 소켓7 타입의 펜티엄 주기판과 슬롯1 타입의 저가형 펜티엄Ⅱ 주기판이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은 올해 하반기 들어 시스템 사양이 고급화되면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됐으나 업그레이드와 저가형 PC 수요증가로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기판 유통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유니텍전자(대표 백승혁)의 경우 지난달 판매된 2만4천여장의 주기판 가운데 구형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56%에 달한다.
비아(Via) 아폴로 칩세트를 채용한 AT방식 펜티엄 주기판 「5V-1A」는 지난달 4천8백여장이 판매됐으며 펜티엄 ATX와 AGP 슬롯을 내장한 「펜티엄 AGP」는 지난달 3천장 가량이 판매됐다.
이들 주기판은 업그레이드 수요에 힘입어 하반기 이후 매월 7∼1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 10월에는 전월에 비해 20% 가량이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판매율이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저가형 PC 확산에 따라 10만∼12만원대의 저가형 LX 펜티엄Ⅱ 주기판 수요도 9월 3천2백장 수준에서 10월에는 5천9백장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고급형 신제품 출시여파로 단명할 것으로 여겼던 구형 또는 저가형 모델의 판매가 늘자 유니텍전자는 다음달 가격은 LX급이면서도 기능은 강화된 인텔호환칩 주기판 한두 종을 추가해 보급형 제품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외 전 브랜드 주기판을 비롯, 각종 PC용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선주컴퓨터(대표 신문옥)는 상반기에 주로 신형 제품 위주로 판매됐으나 4·4분기 들어서는 분위기가 크게 바뀌어 고가형 고급제품보다는 저가 구형제품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대만산 아이윌·에이오픈·아서스·솔텍 등 전 브랜드에 걸쳐 인텔 펜티엄 MMX·AMD·사이릭스 등을 지원하는 제품과 펜티엄Ⅱ용 LX 주기판은 지난달 3·4분기 주력제품으로 부상했던 BX 주기판 판매량보다 10% 이상 앞선 5천장 가량이 판매됐고 이달 들어서도 15일 현재 3천여장이 판매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보 브랜드와 대만산 펜티엄Ⅱ용 주기판 유통에 주력하고 있는 엠에스디(대표 윤영태)의 경우 지난 8월과 9월까지만 하더라도 고급형 제품인 BX 주기판이 저가형 LX 주기판에 비해 6 대 4의 비율로 판매됐으나 지난 10월에는 저가형 업그레이드 또는 게임방 특수로 인해 3 대 7 수준으로 역전됐다.
이 회사 역시 15만∼17만원인 BX 주기판과 12만원대 LX 주기판의 가격 차이가 좁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보급형 기종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자 이달 13만원 수준의 인텔 호환칩 주기판 「엘리트 P6BA-A플러스」를 추가로 들여와 저가형 주기판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