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테플론 PCB시장 활성화 기대

 위성 및 무선통신시스템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테플론 인쇄회로기판(PCB)이 내년부터 국내 유력 PCB업체의 주력 생산품목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올초만해도 테플론 PCB는 중소 샘플업체들이 출연연구소·대기업 연구소 등을 상대로 소량 제작, 공급하는 전형적인 틈새 품목이었다. 왜냐하면 테플론은 재질 특성상 다른 물질과 접착력이 떨어지는 데다 잘 휘고 구부러지는 특성을 지녀 동박 등 여러가지 재질의 소재를 하나로 결합, 경화시킨 형태로 제작되는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소재로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플론은 고주파 특성이 우수해 ㎓의 전파대역을 사용하는 무선통신시스템용 PCB로는 더할 나위 없는 재질로 평가되고 있다.

 테플론이 갖고 있는 재질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제작 공정이 까다로운 데다 수요 또한 소량에 그쳐 대량 생산 위주의 PCB사업을 전개해온 국내 유명 PCB업체들은 테플론 PCB를 외면해온 실정이다. 이에따라 통신시스템 등 특수 분야에 사용되는 테플론 PCB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 와중에 국내 무선통신시스템시장이 활성화되고 독일·미국 등 서구 통신기기업체들이 올들어 국내 PCB업체를 상대로 테플론 PCB 공급을 의뢰해오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테플론 PCB사업 참여를 망설여온 청주전자·서광전자·기주산업·에텍·코원써키트 등이 제품 공급에 본격 나선 것을 비롯해 대덕전자·삼성전기·새한전자 등 주요 PCB업체들도 사업 참여를 본격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처음으로 테플론 PCB를 사업 아이템으로 확정한 청주전자(대표 전우창)는 이미 월 1천㎡ 정도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최근 양면 테플론기판을 생산, 독일에 전량 수출하고 있다. 또 청주전자는 영국 유명 통신기기업체로부터 4∼6층급 테플론 MLB의 대량 수출 오더를 받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광전자(대표 이희술)도 최근 4층짜리 에폭시·테플론 복합 PCB를 개발, 미국 유력 통신시스템업체에 공급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기주산업·코원써키트·에텍 등도 내년부터 테플론 PCB를 양산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연구실 차원에서 개발을 추진해온 대덕전자·삼성전기 등 대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테플론 PCB기판은 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침체된 국내 PCB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우창 청주전자 사장은 『이제 테플론 PCB는 틈새시장용 특수 제품이 아니라 주력시장 범용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테플론 PCB에 회사의 개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테플론 PCB시장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자 그동안 제품 홍보 차원에서 사업을 전개해온 외국 유명 테플론 원판업체들도 내년부터 정식 사업품목으로 테플론 원판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테플론 원판 공급업체인 미국 타코닉은 이미 한국에 지사(한국타코닉)를 설립, 선발 테플론 PCB업체에 원판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아론과 로저스 등도 국내에 에이전시를 두고 내년부터 테플론 원판을 본격 공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테플론 PCB가 미래 유망 PCB 품목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량 생산에 따른 설비투자와 고신뢰도를 요구하는 품질 수준 및 제품 라이프사이클 주기 단축 등 여러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아 기술 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투자는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는 지적하고 신중한 투자가 요망되는 사업분야라고 강조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