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MP3 플레이어시대 열리는가 (중)

 MP3플레이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주문형음악(AOD)시장이 본격 형성되기 위해서는 가격 및 저작권문제 등 몇 가지 걸림돌을 선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전망을 낙관만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가격문제의 경우 소비자들은 MP3플레이어를 갖고 싶지만 IMF시대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볼 때 값이 너무 비싸 한마디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새한정보시스템은 처음으로 상품화한 MP맨을 플래시메모리 용량에 따라 각각 33만원(32MB)/51만원(64MB)에 판매해오다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가격인하 요구에 못이겨 최근 마진을 포기하고 10% 정도 가격을 낮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휴대형 CD플레이어와 헤드폰 카세트에 비해 MP3플레이어가 여전히 비싸다며 제품 값을 20만원대 이하로 낮춰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새한정보측은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조금만 더 참아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일본·미국의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플래시메모리가 MP3플레이어의 핵심 저장매체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판단, 대용량·초소형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내년에는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24MB 플래시메모리에 16MB 스마트카드를 탑재한 제품을 30만원대 이하로 낮춰 내년 2월쯤 시판키로 한 데 이어 디지털웨이도 16MB 플래시메모리에 16MB 스마트카드를 장착한 제품을 20만원대 이하의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키로 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쯤에는 32MB 및 64MB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각각 20만, 30만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예비 소비자들은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또 새한정보는 아이오메가에서 개발한 40MB 착탈식 저장매체인 클릭을 채용한 신모델을 새로 발표했는데 클릭의 경우 용량대비 가격이 저장매체 중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그동안 MP3플레이어의 보급확산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온 가격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P3플레이어 사업을 진행중인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문제보다도 저작권문제에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는 눈치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MP3플레이어가 음반시장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다며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 왔던 음반 업체 및 협회들이 최근 복제방지시스템의 등장을 계기로 「더 이상 대세를 막을 수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음반산업협회(RIAA)가 최근 미국내 시판을 추진하던 멀티미디어다이아몬드를 제소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MP3플레이어 수출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아 섣불리 수출을 추진할 경우 나중에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다수 수출업체들은 RIAA가 MP3플레이어 업체들로부터 보다 많은 음악 사용료를 뜯어내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므로 조만간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음반 판매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MP3음악파일을 판매하는 AOD시장도 오는 2004년에는 전체 인터넷 음반시장의 10∼15%를 차지하며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수출업체들은 이처럼 AOD 시장이 확대되면 더불어 MP3플레이어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미국·유럽·일본 등 컴퓨터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 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새한정보는 선발업체답게 유럽에서 개최된 멀티미디어 전자쇼에 참가한 데 이어 이번주엔 미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컴덱스쇼에 출품, 전세계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수출상담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디지털웨이 등 후발업체들도 해외 바이어들을 상대로 제품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출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MP3플레이어가 걸림돌들을 제거하고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 시장에서 제2의 워크맨 붐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