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인 한국레코딩뮤지션협회장
음악저작권이란 저작물과 관련해 저작자가 가진 권리로, 저작자들의 노력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인격존중으로 창작의욕을 고취,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도모하고 이용을 촉진시켜 문화향수자인 국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그 제반 권리 중에서 저작권에 인접하는 권리가 실연자들에게 부여되고 있다.
여기서 실연이란 「저작물을 예능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실연자는 「실연의 주체」를 말한다.
다시 말해 실연자란 저작물을 연기·가창·연주 등 예술적 방법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기계적 실업으로부터의 보호책으로 실연자들에게 부여된 저작인접권은 반실업자 상태인 예술실연자들에게는 유일한 무형의 재산이며 생활원이기도 하다.
무역개방화와 위성방송시대에 실연자들은 문화상품 주체로서 그 존재가치가 인간문화재에 버금갈 만큼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따른 음반시장의 불황과 디지털 환경 아래서 일어나는 다양한 음반제작 형태 및 복제행위로부터 실연자들의 장인정신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PC통신상의 음악파일 복제행위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 사이에 권리의 한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관계를 찾기 위해 관련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음악저작권법의 특성상 법의 이해와 사안에 따른 분명한 유권해석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합리적인 거래관행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장의 판매용 음반이 상품으로 거래될 때에는 3개의 권리, 즉 저작권자(작사·작곡)·음반제작자·실연자 등에서 재산권이 발생한다.
서로의 권리는 독립적 위치에 있고 기여도만큼의 권한과 보상이 뒤따른다.
그러나 권리자들 사이에서 저작권법의 확대해석과 아전인수격 이기심 등으로 자칫 작은 권리 앞에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어 왔던 여러 집단들 사이의 우호관계가 손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모든 것이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이며, 저작권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음반산업의 장래를 밝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시대를 맞이하면서 대중예술 전반에는 폭풍과 같은 변화가 일고 있다. 컴퓨터가 기타와 드럼을 치고 노래까지 부른다.
이런 현상들은 한 장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대중예술의 전반에 걸친 변화다. 기계가 사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실연자들은 외롭고 힘들다. 그들이 더 이상 소외감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전쟁을 대비하는 전사로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준비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실연자는 복제기기로 무한정 재생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다.
한 사람의 뛰어난 실연자에게 신명나게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고부가가치 상품의 재료를 창고 가득 쌓아놓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대중문화의 꽃인 예술실연자들이 안정된 생활을 기반으로 오직 예술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저작인접권이 부여한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하는 일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문화상품을 창출하는 데 앞서 선행돼야 할 투자다.
위대한 음악가가 존경받는 것은 타고난 「끼」와 천부적인 재능을 예술로 승화시킨 노력의 숭고함 때문일 것이다. 실연자는 단순한 저작물 전달자가 아니라 노력과 창의를 통한 저작물의 해설자이며, 뚜렷한 개성이 돋보이는 실연은 그 창의적인 효력의 값어치로서의 인격이 보호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