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들의 개국지연과 IMF사태에 따른 가입자 감소 등으로 케이블TV 시청을 위한 필수장비인 컨버터 공급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사업이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삼성전기·대륭정밀·LG C&D·태평양시스템 등 국내 주요 컨버터 공급사들의 관련매출도 전년대비 60% 이상 감소하는 등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내수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성능은 향상되고 값은 훨씬 싼 신제품 출시를 준비중이거나, 주력시장을 해외로 발빠르게 전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작년에 월평균 1만5천대의 컨버터를 내수시장에 공급했던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올 1·4분기 들어 출고량이 월 7천∼8천대로 반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월 2천대에도 미치지 못해 올 내수 예상매출액이 작년의 2백억원(18만대)보다 60% 가량 줄어든 60억원(3만5천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현재 1만2천대에 이르는 완제품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을 전후해 성능은 향상되고 값은 절반 가량인 새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물량을 월 2만대에서 4만대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대륭정밀(대표 이행부)은 작년 월평균 5천∼6천대의 컨버터를 내수시장에 공급해 8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들어서는 월 출고량이 2천대 이하로 뚝 떨어져 연말까지 30억원의 저조한 매출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평양시스템(대표 손이수) 역시 작년 월평균 3천∼4천대의 컨버터를 내수시장에 공급해 총 65억원(4만8천대)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 초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겨우 2천대 가량을 출고하는 등 내수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5천대의 재고품이 소진되면 새로운 모델로 신규수요를 적극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LG전자부품과 LG포스타의 합병으로 출범한 LG C&D(대표 조희재)는 작년 1만대(10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으나 올해는 절반 가량인 5천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러나 현재 경기방송·기남방송·영동방송 등 2차SO 11개사와 컨버터 공급계약을 맺어 이들 SO가 본격적인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부진에서 탈피할 것으로 예상, 이 부문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4년간 끌어온 새 방송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데다 케이블TV 전송망사업자(NO)인 한전 등의 사업지속 여부가 불투명해 내년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면서 『특히 컨버터업계 내부의 구조조정 움직임도 있어 시장활성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