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화
◇89년 한국외대 경영학과 졸업
◇89년 한양유통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94년 한국외국어대학 경영학 박사
◇95년 빙그레 에이펙스연구소 실장
◇97년∼현재 동아방송대학 광고홍보학과 교수
고대 로마제국은 도로를 구축함으로써 제국을 지배했고 19세기 영국은 해로를 개척함으로써 서구를 지배했으며 20세기 미국은 우주를 개척함으로써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21세기는 무한한 인터넷 가상공간을 주도하는 국가가 세계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열병처럼 번지는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사업에 많은 비용을 들여 개설해 놓고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는 정보 주도적인 시각의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 내지 틀(Framework)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외견상으로만 확인 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단순 발상의 산물인 것이다. 단지 컴퓨터만을 달랑 구입해 놓고 사내 경영정보시스템(MIS)을 다 구축한 것으로 오산했던 것과 80년대 우리 기업들의 초기 정보 전산화의 오류 시기에 비유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기 불가능한 새로운 현상(Anomalies)들로 인한 위기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혁명에 가까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야기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현상에 관한 가장 적절한 문제해결과 유관지식을 습득케 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의 틀과 그 방법론을 제공해 준다』는 토머스 쿤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새로운 하부구조에 불과한 홈페이지를 구축했는가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어떻게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경쟁사들보다 목표세분시장 소비자들의 욕구를 신속·정확히 파악, 이를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충족시키는 것을 마케팅 전략의 목표라고 볼 때, 이를 체계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마케팅 믹스전략(Marketing Mix Strategy: 4P 믹스전략)이다. 4P 믹스전략이란 어떤 상품(Product)을, 어떤 가격(Price)에, 어떠한 유통(Place)채널을 통해 목표세분시장 소비자들의 구매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촉진(Promotion)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전자상거래(EC)를 「기업간 또는 기업과 소비자간 상거래 활동을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공간에서 전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할 때 인터넷이 기업에 던지는 의미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게끔 수정·보완을 가한 확장된 개념의 마케팅 믹스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인터넷의 사용은 소비자들의 전통적 구매패턴을 변화시키고 4P 전략의 기본적 변화를 강요한다. 첫째, 중간단계를 배제한 소비자와 생산자간 직접적 관계에 기반한 유통채널의 변화다. 인터넷을 활용한 사업의 성패는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시 느끼는 현실적 불편을 타개할 수 있는 인터넷 고유의 잠재적 이점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점에 가서 사나 통신판매로 구입하나 품질에 차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상품이거나 품질을 믿기 어려워 불편하더라도 산지에 가서 구입해야 하는 특산물과 같이 국내외의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할 상품의 경우 EC가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실험적으로 입어보거나 조작해본 후 구매하는 의류나 전자제품 및 자동차 같은 경우는 오히려 부적합할 것이다.
둘째, 전통적 유통채널에 비해 보다 싼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상품의 경우 동종 경쟁업체들이 모두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상호간 비교우위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 그 어떤 기업도 취급하지 않은 상품이면서도 인터넷의 장점을 한껏 반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품목을 발굴해 내거나 자료가 충실하면서도 항상 참신할 수 있도록 기존 홈페이지를 끊임없이 보완, 인터넷 사용자들의 접속을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목표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혜택이 먼저 돌아가게 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을 중시한 장기적 관점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인터넷의 등장은 기본적인 촉진수단의 변혁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통적인 마케팅에 있어 소비자들이 구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광고대행사를 통한 광고나 유통업자들을 통한 다양한 판매 촉진책을 활용해 왔으나, 인터넷의 등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간 직접적인 관계를 근거로 한 다이렉트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통계적 분석하에 목표세분시장을 선정하고 고객을 창조·유지하는 한편 고객 개개인의 욕구에 개별적 대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넷째,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자사와 신상품에 대한 광고·홍보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광고·홍보는 수동적 측면과 능동적 측면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 과거 「1 대 다수(One To Many)」의 무차별적인 광고처럼 비효율적인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보는 「1 대 1(One To One)」 광고 형식의 특성을 띠게 된다. 자발적인 사용자 접속에 의한 상품광고는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하게끔 유인할 수 있는 어떠한 혜택이 주어질 때만 광고나 다이렉트 마케팅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마케팅의 기본적인 4P 믹스전략의 수정·보완에 의한 확대적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중에서도 기본적인 변혁을 요구받고 있는 마케팅 촉진전략의 측면을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관점하에서 고찰해 보자. 예컨대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다이렉트 마케팅방식의 직접적 접근방식(One Step Approach)을 취하느냐 아니면 마케팅 믹스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존 전통적 매체와 더불어 보완적 매체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간접적 접근방식(Two Step Approach)을 취할 것인가는 기업이 취급하는 상품적 특성이 인터넷의 잠재적 장점에 얼마나 부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사업의 성패는 소비자들이 상품 구매시 느끼는 현실적 불편을 타개할 수 있는 인터넷 고유의 잠재적 특성을 얼마나 구현했는가에 달려 있다. 잠재적 특성은 크게 소비자에게 이로운 측면과 기업에 이로운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에게 이로운 측면으로는 구매의사 결정을 위한 풍부한 정보제공, 자유로운 구매의사 결정, 저렴한 가격 및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기업에 이로운 측면으로는 중간상을 배제하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상품문의나 판매시 알게되는 소비자 신상명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근거로 다이렉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을 통해 접수되는 의견에 보다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성공의 관건은 우선 어떠한 업종이 이러한 잠재적 특성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와 함께 동종 업체 중에서도 특정 웹사이트의 성패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접속을 유인할 만한 비교 우위적 특징을 얼마나 많이 지니고 있는가에 좌우된다.
네트워크·탐색엔진·브라우저·멀티미디어 하이퍼텍스트 등과 같은 인터넷 하부구조와 관련기술 위주의 시장에서 정보 위주의 시장으로 성숙됐듯이 인터넷 시장 역시 각종 정보와 이미지·동영상·가상현실 등 다양한 내용을 제공하는 콘텐츠 위주의 경쟁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좋은 웹사이트란 인터넷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재미있고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웹사이트는 빠른 전송속도를 가지면서도 스마트한 디자인으로 설명없이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는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양질의 정보를 쉽고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충실한 데이터베이스 및 새로운 정보의 첨가, 불필요한 정보의 삭제 등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동종 업종 웹사이트의 경쟁우위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실험적으로 입어보거나 조작해본 후 구매하는 의류나 전자제품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기업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소비자와의 관계개선과 같은 홍보를 주목적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할 수 있다.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 목적으로 회사의 설립목적과 연혁뿐만 아니라 회사의 정책 및 방침을 널리 알릴 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신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전통적인 광고를 보완·확장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에서 할인쿠퐁을 다운로드받아 사용할 경우 파격적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통적 매체를 이용해 광고함으로써 홈페이지에 대한 접속률을 높일 수 있다.
기존 광고와 함께 인적 판매시 노트북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사 홈페이지를 보여줌으로써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인적 판매 기법은 소비자들의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 가능성을 높이며 기업의 소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반복구매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애프터서비스(AS)를 위해 국내외 종업원들을 상대로 교육시키고 배치하는 일은 비용 면에서나 효율 면에서 만만한 일이 아니다.
또 지역적 제한이나 규모의 한계 때문에 완벽한 서비스망의 구축이 어려운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상에 상품정보·제품매뉴얼·자주 질문하는 항목에 대한 자주 나오는 질문(FAQ)을 설치해 전자우편과 전자게시판을 통해 접수되는 소비자의 불만이나 의견에 보다 신속 정확하게 대처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만을 만족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인터넷과 인공위성을 연계한 물류추적시스템은 회사의 전체 물류전산시스템 통제 아래에서 일관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위치확인시스템은 페더럴익스프레스사의 속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소포가 현재 어디쯤에 있는지를 확인케 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자사에 대한 PR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한다.
기업이 인터넷이라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마케팅 믹스전략을 적용한다는 것은 그 기업의 도태를 의미한다. 때문에 자연히 인터넷 상거래를 고려한 확장 마케팅 믹스전략의 효율적 적용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취급하는 상품과 기존 기업인가 새로이 창업하는 신규 기업인가에 따라 인터넷을 활용한 다이렉트 마케팅방식의 직접적 접근방식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마케팅 믹스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보완적 매체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간접적 접근방식을 취할 것인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기업의 비교우위는 인터넷을 경쟁기업보다 얼마나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신생 기업들의 성패는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템을 취급하거나 다른 경쟁업체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들을 보다 더 독특하게 차별화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