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자동차> "수출 엔진" 달고 "파워 레이스"

 지난해 말부터 진행돼온 기아·아시아자동차의 국제입찰이 현대자동차로 귀결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기아자동차 실사를 마친 현대자동차가 채권단과의 기아차 부채탕감 조건에 대한 조정을 거쳐 내년 2월까지 주식 인수대금을 납입하게 되면 기아문제는 일단락되고 국내 자동차업계는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체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 조기 정상화를 위해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판매계획을 내놓으면서 해외 선진자동차 업체들과의 자본 및 기술제휴를 가속화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대우자동차는 세계화의 기치 아래 국내시장 못지않게 해외에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해외생산 기지에 대한 전면적인 조정에 나서 오는 2000년까지 국내 1백만대, 해외 1백50만대 등 2백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해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마련했다.

 삼성자동차는 최근 독자생존 의지를 불태우며 자체 경쟁력을 키워 2003년까지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2010년까지 1백50만대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술제휴선인 일본의 닛산과 SM5를 연간 7만대 정도씩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해 일본시장에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한편, 유럽업체들과 자본제휴 협상을 진행중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이같은 전략 목표 아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새모델을 속속 선보인 데 이어 2000년 출시예정인 차를 내년에 앞당겨 출시하는 등 신차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관련업계가 신차출시를 앞당기는 것은 지난달 한·미 자동차협상 타결에 따른 세금경감, 경기회복 가시화, 할부판매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현대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내년 자동차 판매대수를 경제여건 개선과 구매심리 회복으로 올해보다 15.7% 증가한 85만3천대로 예상했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15.4% 증가한 61만6천대, 상용차는 16.9% 늘어난 23만7천대다. 또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51.5% 감소한 73만7천대로 추정한 가운데 승용차는 53만4천대로 지난해보다 53.9% 떨어지고 상용차는 20만3천대로 43.9%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아차 인수에 성공한 현대자동차는 중형 미니밴 「FO(프로젝트명)」, 지프형자동차 「SM」, 초대형승용차 「LZ」, 엑센트 후속 「LC」 등을 선보인다.

 내년 7월 출시될 현대의 첫 미니밴인 FO는 크기가 기아의 카니발보다 조금 작은 중형급 정통 미니밴으로 스윙도어방식을 채택, 승용차감각을 살렸다. 엔진은 EF쏘나타와 그랜저XG에 사용되는 델타엔진을 튜닝한 2.7ℓ급 가솔린 엔진과 이를 개조한 LPG 엔진을 장착한다. 내년 말쯤 출시될 디젤엔진에는 인터쿨러터보를 적용, 파워를 높이고 소음·진동을 가솔린엔진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첫 지프형자동차인 SM은 4륜구동 방식이면서도 승용차의 감각을 강조했으며 2.4ℓ와 V6 2.7ℓ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고 디젤과 2.0ℓ 엔진도 추가할 계획이다.

 초대형승용차인 LZ는 국내 처음으로 8기통의 V8 4.5ℓ엔진을 장착한다. 이 엔진은 가솔린직접분사(GDI) 엔진이다. 이외에 엑센트 후속인 LC도 연말께 선보인다.

 현대는 또 소형 및 준중형차 플랫폼을 기본으로 미니밴, 왜건, SUV 성격을 복합시킨 NFC(뉴패밀리컨셉트)-Ⅰ과 Ⅱ를 개발, 2002년께 내놓는다.

 대우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할 모델은 레간자와 체어맨의 중간급인 「P100」, 마티즈와 라노스 중간급의 「S ­100」, 그리고 누비라 플랫폼을 기본으로 개발중인 대우의 첫 미니밴 「U100」이다.

 U100의 경우 엔진은 1.5DOHC 1.8ℓ 2.01 DOHC를 장착하며 차체 길이는 싼타모보다 짧지만 너비와 높이는 확대됐다. 2000년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RS 등 경쟁모델에 대응키 위해 출시일정을 앞당길 계획이다.

 레간자와 체어맨의 중간급인 P100은 이미 완성단계에 있으며 당초 2000년 2월 시판예정이었으나 내년에 앞당겨 선보일 전망이다. 대우자동차는 또 폴란드 대우FSO공장에서 소형 픽업트럭(F­100)을 개발중이다.

 기아자동차는 연내 카니발 새모델을 출시하고 내년 4월이후 미니밴 「RS」와 소형승용차 「BⅢ」를 출시할 예정이다.

 RS는 세피아 플랫폼의 7인승 소형 미니밴으로 싼타모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실내를 넓혀 운전석에서도 바로 뒷자리로 옮겨갈 수 있고 엔진은 1.5및 1/81 DOHC, V6 2.01을 장착할 계획이다. 기아는 RS 가격을 9백만원대로 낮춰 경제적인 미니밴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를 흡수할 계획이다. 소형 승용차 B ­Ⅲ는 승용차와 왜건의 중간 모델이다.

 기아자동차가 연말쯤 출시할 신차는 독자개발한 V6 2.5l LPG엔진을 장착한 카니발 새 모델과 기존 카니발의 실내소음을 방음재 보강으로 줄이고 운전석 파워윈도 적용 등 편의성을 높인 99년형 모델이다. 카니발LPG는 최고출력 1백45마력, 최대토크 21.0㎏.m로 디젤차보다 출력이 약간 높고 최고속도는 시속 1백80㎞ 이상이다. 기아는 또 내년 하반기중 9인승 모델을 기본으로 가격이 1천1백만원 이하의 저가형 모델인 카니발 밴도 선보일 계획이다.

 외국업체와 자본제휴 등으로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삼성자동차는 지난달 2천㏄급 「SM520」 중형택시를 내놓은데 이어, 현재 개발중인 3천㏄급 SM시리즈 「SM530V」도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