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수출·내수 등 전부문에서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이 내년에는 환율안정과 반도체가격 하락 진정 등에 힘입어 수출 및 내수가 각각 8.2%, 2.4% 증가하는 등 회복국면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 생산은 올해보다 5.4% 증가한 7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회장 강진구)는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40일간 1백20개 주요 전자·정보통신업체를 대상으로 가전·정보통신·전자부품·반도체 등 4개 분야에 대해 내년 생산 및 수요(수출 및 시판)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세계 경기침체와 국내 경기불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예측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내 전자·정보통신산업이 올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 것은 그간 수출 침체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반도체·컬러모니터브라운관(CDT) 등 주요 수출제품의 단가 하락(-20.1%)이 내년에 진정세에 접어들고 엔화 강세에 따른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국내경기도 올해 최저점을 지나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고 진흥회는 설명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전망한 내년도 전자산업 전망에 따르면 수출은 선진국의 경기부양 노력과 디지털방송 개시, 정보사회 확산 등으로 올해보다 8.2% 증가한 4백16억 달러, 시판(국내에서 생산·판매)은 그간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다소 완화되면서 2.4% 증가한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분야별로는 산업용 기기의 경우 이동전화기·HDD·PC 등의 수출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수출이 13.3% 증가한 1백4억 달러, 시판은 1.4% 증가한 6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가정용기기는 올해 수출 및 내수 모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으나 내년에는 다소 호전돼 수출이 3.3% 증가한 60억 달러, 시판은 2.4% 증가한 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도 LCD 등의 수요 증가와 CDT·반도체 등의 단가가 소폭 상승하고 있어 수출이 7.3% 증가한 2백52억 달러, 시판은 5.5% 증가한 22조5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내년도 투자는 경기전망 불투명, 자금조달 곤란, 수요 부진 등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투자부문도 신규 투자보다는 대부분 연구개발·설비교체·공장자동화 등에 국한될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도 하반기부터 다소 회복되기 시작, 2000년대에 가야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90년대 평균증가율(15.1%)에 도달하기까지는 2∼3년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수출 3백84억4천만 달러, 시판 10조9천3백억원으로 각각 작년보다 7.2%, 6.2% 감소하지만 생산은 24% 늘어난 69조7천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진흥회는 예측했다. 또 수입도 25.8% 감소한 2백19억 달러를 기록, 전자·정보통신분야 무역수지 흑자가 1백65억4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전자산업진흥회는 본사 후원으로 27일 오전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내 전자업계 대표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내용을 비롯, 가전·컴퓨터·통신·반도체·부품 등 6개 분야 전문가들이 내년도 산업별 경기전망을 발표하는 「99년도 전자·정보산업 경기전망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병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