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가 2000년(Y2k)문제의 영향을 받아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까.
최근 Y2k문제가 정보통신(IT)분야뿐만 아니라 비정보통신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도 Y2k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전설비들이 Y2k문제로 오동작을 일으키면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경우 방사선까지 누출돼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이 같은 걱정을 『기우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이는 원전의 안전계통이 아직까지도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아날로그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Y2k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특히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우리나라 14기의 원전 가운데 유일하게 캐나다에서 도입한 전산기를 이용, 원자로 비상정지 등 안전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이 발전소도 상세한 점검결과 안전기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국전력측은 밝혔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치밀한 준비를 세우고 Y2k 대응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96년 12월부터 Y2k문제에 대비해 온 한전은 97년 3월 전담 종합대책반을 발족해 원전뿐만 아니라 국내 전력설비 전체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발전분야 및 원자력분야의 Y2k문제만을 처리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발족했다.
한국전력은 원자력분야에 대한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제어·감시설비·기타 계측장비 등으로 설비를 분류한 뒤 우선순위를 부여해 기초영향평가·상세영향평가 등 2단계의 영향평가 작업을 완료했다.
그 결과 고리·영광·울진 등 경수로형 원전의 제어 및 안전설비는 아날로그나 릴레이로 구성돼 있어 Y2k와 무관하며 월성의 중수로형 원전도 제어나 안전기능에는 영향이 없으나 보조기능과 감시기능에는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한국전력은 영향평가작업 결과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한 전체 설비 4백27종 가운데 23%인 99종에서 Y2k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0월말 상세영향평가 작업을 마친 뒤 변환작업을 추진, 현재 변환목표의 42%를 완료한 상태다. 한전은 당초 계획대로 내년 6월말에는 원전의 Y2k문제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전 원전연도팀은 비상계획도 수립했다.
비상계획은 대외신인도 확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립해야 하는 과정. 한전은 원전의 Y2k 해결 추진단계를 미국원자력에너지협회(NEI) 및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지침에 따라 수행한다는 계획 아래 비상대응계획서(Contingency Plan)를 상세영향평가 완료 후 별도의 지침서에 따라 작성하고 있으며 내년 6월까지 이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전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원전시설의 불안정성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전에 들어간 장비와 부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에서 공급됐으며 이들 장비제조업체가 최근 문을 닫거나 필요부품의 생산라인을 폐쇄해 장비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측은 『원전의 기본 수명은 40년 이상이며 원전관련 장비제조업체들 역시 전통있는 회사들이어서 경영진이 교체된 곳은 있지만 부도난 곳은 없다』며 『특히 영광 3·4호기와 울진 3·4호기의 Y2k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해당 설비를 제작한 업체와 직접 접촉해 Y2k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한전의 이규봉 부장은 『Y2k툴의 경우 시중에 소개된 툴의 대부분은 IT관련 제품이어서 원전부문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설비를 제작한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한전의 원자력발전소 Y2k 대응이 지금과 같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원전의 Y2k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