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세계 정보통신 시장 "빅뱅"

 지난 22일 세계 1위의 온라인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웹브라우저의 시조인 넷스케이프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또 이와 동시에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AOL로부터 넷스케이프의 비즈니스 솔루션을 라이선스 받으면서 마케팅 및 광고권을 갖기로 하는 내용도 발표됐다.

 어떻게 보면 물 건너 나라의 기업간 인수·합병 및 전략적 협력이라는 면에서 우리와는 큰 관계가 없는 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저의를 살펴보면 인터넷을 비롯한 전세계 정보통신업계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란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인터넷 시장의 판도변화」이고 또 다른 측면은 「윈텔 진영에 저항하는 새로운 반윈텔 진영의 판짜기」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인터넷 시장의 판도변화」와 관련해서는 이들 3사가 전세계 인터넷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공동 대응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번 빅딜에 가장 큰 투자를 한 AOL의 경우 통신서비스 측면에서 노리는 이익은 「포털 시장의 석권」과 「AOL 애니웨어 전략」의 실현이다.

 이번 인수로 AOL이 넷스케이프사의 넷센터를 보유하게 되면 당분간 포털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AOL과 넷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포털서비스로는 야후·익사이트·알타비스타 등 검색엔진이 대부분이고, 잠재적 경쟁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직 시작단계로 많이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천4백만 AOL 사용자와 월 2천만의 넷센터 방문자는 향후 AOL의 선택에 따라 포털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음은 「AOL 애니웨어 전략」 실현으로 이는 PC 이외의 장치로도 AOL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그동안 AOL은 MS의 정보가전용 OS인 「MS 윈도CE」를 기반으로 한 휴대형 PC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MS 대신 넷스케이프와 자바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장치 개발로 전환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이번 인수·합병 이후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및 전자상거래 분야를 라이선싱할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과 유닉스 OS 등 중대형 시장에 상당한 점유율을 갖고 있는 선은 다중 플랫폼 언어인 자바의 개발에 고무돼 지난 2, 3년간 클라이언트 시장을 겨냥한 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제품다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고전을 거듭했으며 자바의 시장전략도 MS의 역공세에 휘말려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에 넷스케이프사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과 기술을 전수받게 되면 서버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또 클라이언트 분야에서도 자바와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통합한 자바 브라우저인 「자바게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 개발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수익성 때문에 콘텐츠 및 ISP로의 전환을 모색했던 넷스케이프로서도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동안 매출을 유지시켜줬던 「넷센터」와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 모두 새로운 자원을 충전받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바로 MS와 인텔로 대표되는 윈텔 진영에 대응할 수 있는 반윈텔 진영의 판짜기가 바로 그것.

 그동안 친MS 경향을 보여온 AOL이 반윈텔 진영의 선봉장으로 돌아서게 됐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갖고 있다.

 AOL의 콘텐츠와 회원, 넷스케이프의 소프트웨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와 하드웨어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윈텔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윈텔 진영이 현재 MS의 반독점법 제소사건과, 인텔과 MS간의 갈등 조짐으로 분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반윈텔 진영에게는 결속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과거 IBM과 모토롤러가 주도했던 반윈텔과 윈텔간의 싸움처럼 윈텔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AOL이 넷센터를 흡수한다 해도 직접적인 이윤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또 선이 아무런 갈등없이 넷스케이프의 우수한 기술력을 그대로 흡수할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인수·합병은 전세계 인터넷 시장과 정보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임에는 분명하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