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중국의 변화

 얼마 전 북경에서 열린 국제신호처리학회(ICSP98)에 참석하고 중국의 지방을 여행하면서 중국은 참으로 광활한 나라라는 사실과 교통과 통신수단이 날로 발전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학술대회도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그 수준이 향상돼 가고 있는데 일주일 동안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5백여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더욱이 세계 도처에서 온 화교들은 이 학술대회에 참석해 논문을 발표하고 한 가지라도 조국에 기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특히 대만에서 온 학자들은 그 소속을 중국으로 표기해 사실상 한 나라인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논문의 주제들은 역시 멀티미디어에 관한 것들이 많이 발표됐다. 이 중에서도 디지털 셀룰러폰의 발전방향에 관해 큰 관심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이 휴대폰의 장래에 대해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넓은 땅에서 무선통신은 가장 적합한 통신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exas Instruments)의 일본연구소가 제시한 휴대전화의 시장변화에 관한 전망이었다. 음성 위주의 아날로그 폰이 95년부터 제2세대로 접어들어 2005년까지 시분할다중접속(TDMA)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발판으로 한 디지털 폰이 중심이 돼 음성과 페이저 그리고 E메일의 서비스를 주로 하고, 제3세대는 2005년부터 10년간으로 잡아 광대역 디지털 폰을 발전시켜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들어가 자바(Java)를 이용한 영상통신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이동 단말기가 곧 완벽한 멀티미디어 통신수단으로 변신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성능과 고효율의 시스템 인티그레이션과 고도의 컴퓨터 기술이 요구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Microsoft Research)는 앞으로 20년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컴퓨터는 「말하고 듣고 보며 배우는 컴퓨터」를 실현하는 것으로서 무어의 법칙(Moor’s Law)과 나단의 법칙(Nathan’s Law)에 따라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두 법칙대로 돼간다면 40년 후에는 오늘에 비해 그 성능이 일조(兆)배 이상 향상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가공할 만한 발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장기발전에 대비해 자연언어의 인식과 비전, 그래픽 그리고 물체의 실시간 추적을 비롯해 3차원 그래픽의 실현을 연구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호처리와 패턴인식의 기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해 지능적 형태로 발전시켜 부정확한 입력으로도 추론을 통해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컴퓨터는 모든 전자적인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며 컴퓨터와는 자연언어를 써서 대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학계가 이 비전을 경청하고 자세를 가다듬는 것을 보면서 오는 세기에 대한 그들의 설계가 어느 만큼 야심에 찬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전세계에 퍼져 있는 그들 교포와 손잡고 원대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은 그 인구가 12억명에다가 대학과 전문대학 그리고 직업대학을 합해 모두 1천1백여교나 되며 여기에 이공계 대학생이 대학원 연구생을 포함해 3백만명이 넘는데다 우수한 인재들인 이들이 매년 1백만명 가까이 배출되고 있어 그 활동은 앞으로 놀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정부가 오직 과학기술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정책을 내걸고 대학의 연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전하는 중국의 미래를 볼 때 시장으로서 잠재력은 가히 상상밖으로 크다고 보아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거대회사들이 이곳 대학들에다 연구비를 비롯한 기자재를 제공해 이곳 학생들이 첨단기기들을 써가며 연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학들은 이들 기증회사와 기증액수를 아예 건물 밖에 내걸어 표시함으로써 경쟁적으로 연구비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거대한 중국에 발전의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그 위력은 세계를 흔들어 놓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는 말씀을 상고하면서 중국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박규태 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