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DD사업, 석달연속 흑자기록

 삼성전자(대표 윤종용)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사업이 3개월 연속흑자를 실현하는 등 호조를 보이면서 IMF 한파 속에서 효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DD사업 부문이 지난 9월에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 35억원, 이달에 30억원대 이상의 흑자를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라고 28일 밝혔다.

 이같은 성과는 세계적인 HDD업체들의 잇따른 감산과 부품가격 하락, 그리고 삼성전자의 기술력 향상과 전략적인 마케팅 전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앞으로 결정적인 악재가 등장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지난해말부터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HDD 과잉생산에 따른 재고누적으로 시게이트·퀀텀 등 세계 유력HDD 제조업체들이 부진한 가운데서 3개월 연속흑자를 달성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3개월 흑자가 올초 원화환율이 2배 상승, 환차익에 의해 흑자를 달성했었던 것과는 달리 「실력」으로 달성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 디스크 한 장당 3.2GB의 용량을 갖춘 「보이저 3200」 시리즈를 발표하면서부터 세계 유력 HDD 제조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디스크 한 장당 저장용량은 세계 HDD 업계에서 기술력의 척도가 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맥스터와 더불어 업계에서 가장 먼저 디스크 한 장에 3.2GB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세계 10대 PC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제품공급에 나서면서 HDD사업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델컴퓨터에 월 5만개 규모의 HDD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컴팩컴퓨터·게이트웨이2000 등에 대해서도 OEM 공급 승인단계이거나 공급을 추진중이다.

 여기에다 HDD용 부품가격 하락도 삼성전자의 흑자기조에 한몫을 했다. HDD 업체들의 감산조치로 HDD 가격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회복된 데 비해 부품가격은 공급부족 현상이 사라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제조여건이 개선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삼성전자는 HDD가 컴퓨터의 가장 기본적인 저장매체로 연평균 성장률이 20∼30%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 전략적으로 사업을 강화해 왔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월 85만개 수준인 HDD 생산능력을 1백만개 이상으로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 내년에는 1천3백만개 생산에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내년말이면 삼성전자는 세계 HDD 시장점유율이 올해 5%에서 9%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삼성전자가 지속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HDD 사업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물량위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장치산업인 데 비해 경쟁이 극심해 매출액 대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HDD 수요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세계 4대 PC업체에 대한 공급여부와 물량에 따라 삼성전자의 HDD사업 흑자기로는 언제 달라질지 모른다.

 현재 세계 PC 시장은 미국 델컴퓨터와 컴팩컴퓨터 등 4대 PC 업체가 1억∼1억2천만대로 추정되는 세계 PC시장의 30% 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등 대형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PC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4∼10개의 대형 PC 제조업체들에 OEM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HDD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저가형 PC 등장도 하나의 변수다. 현재 델컴퓨터와 컴팩컴퓨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대당 1천달러 이하 PC를 생산, 양적인 팽창은 하고 있으나 제조원가 대비 수익성은 더욱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퀀텀과 시게이트, 맥스터 등의 HDD 제조업체들이 저가 PC 시장용 제품을 위해 제조비용과 각종 부가비용을 극한적으로 줄여나가는 경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HDD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에 비해 비용부담이 많은 삼성전자가 부가비용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