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미국 최대의 온라인서비스사업자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넷스케이프를 인수하자 국내 PC통신·인터넷업계가 사건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태평양 너머 먼 이국땅에서 발생한 대사건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 파급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정보통신산업의 화두인만큼 이 분야의 변화는 국내업체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AOL의 넷스케이프 인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간접적인 면과 단기적·직접적인 면 등 두가지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측면에서 AOL과 넷스케이프의 결합은 국내 인터넷업체들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웹사이트의 포털화」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AOL이 넷스케이프 인수를 통해 실제로 얻는 가장 큰 이익은 기존 1천4백만 가입자에 더해 넷스케이프 이용자 2천여만명을 확보했다는 것. AOL의 스티브 케이스 사장은 이를 기반으로 전자상거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AOL의 사업전략은 인터넷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커뮤니티(Community)의 대형화를 꾀하고 포털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국내업체들에 시사하고 있다. 이에 더해 궁극적으로는 인터넷의 종착역인 전자상거래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이 국내 PC통신·인터넷업계에 미치는 단기적이고 보다 직접적인 영향은 인터넷 세계지도가 AOL·넷스케이프 진영으로 유리하게 그려질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온라인서비스업체들은 AOL의 거대화보다는 넷스케이프의 영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온라인서비스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웹브라우저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내비게이터가 「사실상의(de facto) 표준」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업체들이 내비게이터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나 홈페이지를 구축할 것임은 물론이다.
인터넷 요소기술의 헤게모니가 이동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MS 의존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SK텔레콤과 LG인터넷으로서는 서비스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두 업체의 PC통신서비스 넷츠고와 채널아이는 모두 MS의 통신서비스 플랫폼 MCIS 및 익스플로러에 1백%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CIS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은 SK텔레콤과 LG인터넷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천리안·하이텔·유니텔 등 기존 서비스도 이 환경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대다수가 내비게이터를 선호하게 될 경우 전용 브라우저 개발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MS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두루넷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초고속국가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MS 의존적인 정책을 세우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국내업체들이 AOL의 넷스케이프 인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이다.
지난 3월 AOL의 케이스 사장은 『사업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며 『AOL의 향후 최대의 적은 이러한 진리를 읽지 못하는 경우』라고 강조했다.
넷스케이프가 브라우저시장에만 집착한 결과 실질적으로 다른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감안하면 피부에 와닿는 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