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육정보화 이대론 안된다 8> 교단선진화 사업

 교단선진화사업은 교사들이 각종 학습 콘텐츠를 멀티미디어로 변환해 실제 수업에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교사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과 수업의 멀티미디어화에 초점이 맞춰진 사업으로 교육정보화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교육정보화의 근간을 이루는 교단선진화사업은 올들어 정부의 예산삭감에 정책혼선이 겹쳐 학교별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미 교단선진화 장비를 구매한 기존 일선 학교에서도 수업에서의 실제 활용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부각된 교단선진화사업의 문제점은 우선 각 학교별로 교단선진화사업 추진 자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올들어 정부의 국고보조금이 크게 삭감된 데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책정마저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여기에 정부의 정책혼선이 겹치면서 일선 초·중·고등학교의 교단선진화사업은 지난 3월 이후 사실상 휴면상태에 돌입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한 학급당 3백만원씩 예산을 책정하고 국고 및 지방자치예산을 포함, 총 6천억원을 투자해 내년에 사업을 완료키로 했으나 최근 들어 이 같은 사업전략을 크게 수정했다. 교육부는 지난 7월에 당초 책정했던 국고 지원예산액에 비해 45% 가량 줄어든 5백46억원으로 삭감한 데 이어 9월에 다시 이 금액마저 지원을 중단키로 발표한 것.

 또 교육부는 국고지원 중단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자구노력 지원비 1천5백억원 가운데 일부를 교단선진화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권장키로 했으나 일선 시도교육청에서 이 자금을 사실상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시도교육청에서 교사들의 임금과 결식아동을 위한 예산마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단선진화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혼선도 교단선진화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부가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국고 지원금을 2, 3개월 간격으로 다르게 발표하고, 급기야 국고지원을 중단키로 발표하는가 하면 사업완료 시점을 당초 99년에서 오는 2000년 이후로 바꾸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시도교육청도 제품시연회를 개최하고도 정부의 잦은 교단선진화사업 계획변경 때문에 장비구매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사업추진에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육정보화 기반구축사업 실태조사 자료에서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경기도교육청 등 5개 교육청만이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나머지 11개 교육청은 사업을 유보했거나 계획수립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교단선진화사업을 추진한 일선 학교의 학급 수는 총 5만6천개에 이르렀으나 올해는 3만 학급에 이르기도 힘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단선진화사업 추진 자체의 어려움과 함께 이미 장비를 구매한 기존 학교에서 수업활용도가 극히 저조한 것도 교단선진화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급당 3백만원씩 투자해 VCR·TV·프로젝션TV·대형모니터·인코더·디코더 등을 일괄적으로 구매해 설치하고도 실제 수업에서는 화면영사기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이는 교사들의 정보화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물론 교육용 소프트웨어(SW)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롯되고 있다.

 교사들의 정보화교육 수준 저하와 교육용 SW 부재는 교육정보화 기반구축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야기되고 있지만 특히 교단선진화사업에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각 장비공급업체들의 과당경쟁에 따라 장비의 품질이 떨어지고 사후서비스(AS)가 미비한 것도 일선학교의 교육활용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각 일선 시도교육청에 저가로 제품을 대량 공급한 A사의 경우 일선 학교에서 장비가 고장나더라도 즉각적인 AS를 해주지 못해 각 학교별로 수업에 큰 지장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달 30일 조달청 입찰 결과 프로젝션TV와 모니터 구매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2백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