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빅딜 협상시한을 당초 11월 말에서 이달 말로 한달 가량 늦춰주기로 한발 물러서면서 양사의 협상은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빅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단 양사는 기업개선명령(워크아웃)이나 퇴출 등으로 몰리는 극한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양사의 협상 진척속도로 보아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연내 타결이 현실적인 감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양사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협상타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원론을 되풀이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합병 무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눈치다.
특히 양사는 협상 불발을 전제로 한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작성, 이미 시뮬레이션 작업까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거나 반도체 빅딜을 둘러싼 혼돈은 양사와 정부의 결정에 따라 대략 3가지 정도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양대 그룹의 총수가 나서 12월 시한내에 극적인 합병 타결을 이루는 경우다. 이는 정부 측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협상을 진행해 오면서 양대 그룹이 보여준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고려할 때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두번째 경우의 수는 또 한번 협상 시한을 연장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사의 실사를 담당할 아서 D 리틀(ADL)사의 입장이 변수다. 이미 ADL사는 실사기간을 아무리 앞당겨도 내년 1월 말까지의 여유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경련을 통해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정부 측의 체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마지막 가능성은 협상 결렬이다. 이 경우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 수 차례 워크아웃의 수순을 공언, 선택의 여지는 없어보인다.
다만 채권단이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각사를 회생시키는 쪽을 택할지, 퇴출의 수순을 밟게 될 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LG반도체나 현대전자 측은 워크아웃이 기업 신용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채권은행의 여신 규제 등의 조치가 잇따를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독자적인 회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결국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 협상은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양사는 워크아웃이라는 수순을 통한 독자 생존을 모색하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