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98인기상품> 가격 "거품" 없애고 고객 곁으로...

 인기 상품은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고객들로부터 선호되는 경우와 새로운 시도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경우다. 올 한해 가전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는 극심한 경기침체는 인기 상품군이 대부분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에서 나오게 했다.

 인기상품이 될 수 있는 5가지 요소는 가격과 성능· 품질·디자인·마케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능과 품질·디자인·마케팅 등 4가지 요소가 가격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동급 제품이라도 가격차이가 2배 가까이 나면서 올해는 가격이 인기상품의 중요한 결정포인트가 됐다.

 가전제품의 경우 판매 대수만 놓고 볼 때 각사가 내놓은 저가제품군인 IMF형 제품이 각광을 받았다. PC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여 최신 CPU의 메모리를 체택한 제품보다 셀러론 채택 PC 등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중저가 제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일부 달라진 수요 특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인기상품 추세는 크게 변함이 없다.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탁월한 성능을 가진 제품, 구매의욕을 부추길 만큼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 품질이 안정돼 인정받는 제품은 예전처럼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특색있는 광고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끈 제품도 적지않았다.

 얼어붙은 가전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제품은 환율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외산 제품의 공백을 치고 들어간 제품들이다.

 LG전자의 가스오븐레인지 쁘레오와 삼성전자의 양문여닫이 냉장고 지펠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쁘레오는 외산제품 못지않은 성능과 디자인, 또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파고 들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집중적인 마케팅 활동이 성공을 부채질했다. 이 제품의 올해 시장 점유율은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펠 역시 가격과 성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지난해 시장의 80%를 넘게 장악했던 GE 등 외산 양문여닫이 냉장고를 밀어내고 7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컴퓨터의 경우 각사 제품 모두 대등한 제품력을 보여 치열한 마케팅경쟁에 의해 인기상품이 만들어졌다. 고객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한 홍보와 또 국민적인 관심사를 끌고 있는 유명 인사를 등장시킨 광고 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2년후에 무료 업그레이드를 내세운 삼보컴퓨터의 체인지업이 주목을 받았고 국민표준 PC를 부르짖은 삼성전자 매직스테이션도 상당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 또 90만∼1백만원대에 펜티엄 및 셀러론 칩을 탑재한 PC들이 하반기들어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노트북 PC는 시스템이 안정된 대우통신 솔로와 후지쯔 노트북이 꾸준히 선호됐고 삼성전자 프린터와 엡손 프린터도 우수한 성능과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올해 다른 어떤 제품보다 판매신장을 보인 휴대전화 분야에서는 경박단소를 내세운 디자인과 마케팅이 성패를 갈랐다. 1백g 미만의 제품이 쏟아져 나왔으며 가볍고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PCS의 경우 젊은 층을 겨냥한 제품이, 디지털 휴대전화의 경우 작고 세련되면서도 중후함을 잃지 않는 제품이 시장을 이끌었다. 현대전자의 걸리버는 탁월한 디자인으로, 삼성전자의 디지털 휴대전화기는 중후함, 어필텔레콤의 어필은 작고 가볍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파고 들었다.

 이밖에도 5㎜까지 얇아지고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전자수첩, 애국심을 자극해 판매에 성공한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 815 등도 주목받은 올해의 인기상품이다.

 특정 용도를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인기상품도 올해 몇가지 선보였다.

 이 가운데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김치냉장고다. 만도기계에 이어 삼성전자가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해 출시한 김치냉장고는 효과적인 기능이 소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하반기에 가장 히트한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일반전화기시장에서는 YTC가 내놓은 일명 「사오정전화기」도 새롭게 바람을 일으켰다. 핸즈프리기능을 내세워 기존 전화기 개념을 바꿔놓은 이 전화기는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는 스포츠 마케팅이 관심을 끈 한 해이기도 하다. 박찬호를 등장시킨 컴퓨터 광고나 박세리를 내세운 TV·휴대전화 광고, 차범근 전축구대표 감독이 등장한 TV와 노트북 광고가 선보였으며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고 있는 보험연계 마케팅이 침체된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내년엔 가전부문에서 평면TV와 양문여닫이 냉장고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며 AV부문에서는 MP3플레이어와 CDRW, 휴대전화시장에서는 폴더타입 제품이 최대 경쟁 품목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