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우대칼스 대표
지리정보시스템(GIS)산업에 대한 관심은 지난 95년부터 시작된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구축사업이 활성화하면서부터다. 지금까지 NGIS사업에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졌고 앞으로도 공공근로사업과 맞물려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자에 대한 결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GIS분야를 사회간접자본(SOC)의 한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GIS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수치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어떻게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미 구축된 수치지도DB는 GIS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수치지도 DB내 지도정보의 정확도와 완결성이 보장돼야 하며 더욱 복합적이고 다양한 질의·검색을 할 수 있는 GIS데이터로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간단한 속성만 검색해서 보여주는 현재의 GIS 한계에서 폭넓고 전문화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각 분야별로 전문화한 하이테크 지식기반의 GIS 응용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개발업체 또한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백화점식 솔류션을 제공하는 대기업이 아닌 전문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실정에 맞춰 선진외국과 기술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충분조건 외에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화한 그리고 더욱 복합적인 GIS응용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전문화한 업체가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GIS프로젝트가 진행돼 왔다.
이 가운데 90%는 웬만한 중소기업들도 손댈 수 있는 DB구축 또는 응용프로그램 개발임에도 발주금액이 너무 커 이를 중소기업이 맡기 힘들도록 만들어 자연적으로 중소기업의 참여 형태는 기술적인 것과 관계없이 하도급으로 실제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사업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정보시스템(UIS)구축 실태에서 알 수 있듯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사례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정도다. 이는 대기업의 GIS관련조직을 살펴보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이라기보다 영업을 위한 조직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히 그 실체가 드러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점이라고는 자본규모 외에는 없으며 오히려 기술적으로 전문화한 중소기업이 더 많은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IMF 이후 그나마 남아 있는 GIS중소기업들은 전문기술에 대한 개발과 투자는커녕 일이 없어 무너지고 있거나, 무너지기 일보직전에 있다. 이런 업체가 무너진다면 우리나라 GIS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10년 후나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내 GIS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부당하게 협력업체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중앙행정기관은 표준화를, 각 하부기관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수행돼야 한다.
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평가할 때 자본규모 등 행정보다 기술에 많은 배점을 주어야 하며 일정규모 이상의 GIS용역은 반드시 중소기업 협력회사를 포함시켜 제안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국내GIS산업은 전문화와 응용기술력을 축적한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확보하여 산업의 근간을 이룰 때 선진 외국과 겨룰 수 있는 강한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단지 중소기업 육성만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국내 GIS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절실한 과정이다. 이는 GIS산업의 중심 축을 전문기술을 중시하는 중소기업에 두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모두가 공유할 때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