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슈퍼컴 수주 3파전 양상

 올 하반기 컴퓨터 분야 최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기상청 슈퍼컴퓨터 도입 입찰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공급업체 유력후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기상청이 최근 응찰업체들로부터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선정기준으로 삼을 벤치마크테스트(BMT) 프로그램 데이터를 입수, 본격적인 실사작업에 들어가면서 입찰에 참여한 슈퍼컴퓨터 공급업체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총 2백20억원 규모인 이번 기상청 슈퍼컴 입찰에는 당초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위상에 걸맞게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한국후지쯔·한국IBM·한국HP·한국컴팩컴퓨터·NEC 등 전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유력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선정작업이 진행되면서 「알파서버 8400」을 제안한 한국컴팩컴퓨터가 중도 포기한 데 이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한국SGI도 자체 실시한 BMT 데이터를 기상청이 요청한 시한을 넘겨 제출하는 바람에 규칙(일정) 위반으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또 「이그젬플러X」기종을 제안한 한국HP의 경우 최근 사상 유례없는 감원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일부 슈퍼컴퓨터 인력의 자리이동으로 기상청 프로젝트 수주권에 대한 관심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기상청 슈퍼컴퓨터 입찰은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NEC 3파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슈퍼컴퓨터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기상청이 적용하는 기상관련 프로그램 소스(코드)의 경우 일본 기상청에서 도입한 것으로 BMT 실시과정에서 미국계에 비해 일본 슈퍼컴퓨터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RS/6000 SP」 기종을 제안한 한국IBM은 앞으로 BMT 프로그램에 통과하고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돼 조달청의 최저가 입찰방식에서 일본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펼칠 경우 최종 선정기준인 공급가격 부문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벡터형 슈퍼컴퓨터인 「VPP700E」 기종을 제안한 한국후지쯔는 지난 95년 기상청에 기상예보시스템을 공급한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번 기상청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본사차원의 강력한 후원에 힙입어 BMT 성능은 물론 가격입찰에서도 최대한 저가로 공급,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내 출장소를 통해 이번 기상청 입찰에 참여한 NEC도 덴마크·캐나다·호주 기상청에 공급한 실적이 있는 벡터형 슈퍼컴퓨터인 「SX5」를 내세워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슈퍼컴퓨터 공급권 획득에 대비, 한국내 슈퍼컴퓨터 유지보수 관련회사 설립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오는 10일경 BMT 성능과 제안서 내용을 재검토한 후 점수가 80점 이상인 업체들을 우선 협상대상업체로 선정하고, 이어 조달청을 통한 최저가 가격입찰을 실시, 이달 하순에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공급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