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MP3플레이어가 일본 열도를 강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MP3플레이어를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컴퓨터 보급률이 높은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신세대 네티즌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보다는 유럽 및 미국시장 공략에 주력해왔다.
일본의 경우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시장에서 MP3플레이어의 최대 경쟁상품으로 꼽히는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 열풍이 불고 있어 이 아성을 넘보기가 쉽지 않다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MP3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새한정보시스템이 첨단기술의 경연장인 유럽 「세빗전시회」와 미국 「컴덱스쇼」에 잇따라 출품하면서도 일본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이러한 판단은 최근들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MP3플레이어가 출품돼 있는 전시회에 일본 언론 및 바이어들이 대거 참관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열심히 취재 보도하고 수출상담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로 달려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네티즌들도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엄청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새한정보시스템·에이맥정보통신·디지털웨이·게이트스퀘어 등 MP3플레이어 수출업체들은 한때 헤드폰 카세트 붐을 일으킨 「워크맨」과 최근들어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로 주목받고 있는 MD플레이어의 종주국인 일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도 몇몇 벤처기업들이 MP3플레이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MP3플레이어만큼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자 신제품 개발 및 상품화가 빨라 일본의 주요 바이어들이 앞다퉈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어 수출전망이 매우 밝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설명이다.
새한정보시스템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컴덱스전시회에 첫 출품한 「MP맨」이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특히 일본 언론 및 바이어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일본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새한정보시스템은 이미 올해 공급한 1만여대중 수천대를 일본에 수출했으며 최근 발표한 신모델에 대한 수출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내년엔 대규모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MP3플레이어에 디지털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디지털웨이도 최근 종합상사인 (주)대우와 수출대행계약을 맺고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는데 내년에만 최소 10만여대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케이트스퀘어도 일본 모업체로부터 내년에 10만대 정도를 공급받고 싶다는 주문의향서를 받고 원가절감을 위해 주요 부품을 주문형반도체(ASIC)로 원칩화해 64MB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MP3플레이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MP3플레이어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벤처기업인 에이맥정보통신도 상품화에 앞서 이미 일본의 몇몇 업체와 활발한 수출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MP3전문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사를 인수한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도 제품의 미국 시판에 이어 일본 시판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본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내년도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일본 언론 및 바이어들이 MP3플레이어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계기로 일본 대형 오디오업체들은 자신들이 애써 조성해놓은 MD플레이어 붐이 혹시 가라앉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산 MP3플레이어가 일본 네티즌들을 사로잡아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일본 MD플레이어와 멋진 한판승부를 벌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