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시아 1위의 전자유통회사인 ER(일렉트로닉리소스)사가 국내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컴퓨터 주변기기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ER사는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 지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부품 전문공급업체로, 인텔의 CPU를 비롯해 퀀텀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스리콤의 랜카드, 메모리 등 컴퓨터 주변기기 중에서도 부가가치와 지명도가 높고 현금유동성이 우수한 제품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에 미국 1위의 컴퓨터 주변기기·소모품 공급업체인 잉글렛마이크로사가 지분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서구의 첨단 유통노하우와 자금력을 발판으로 국내 컴퓨터 주변기기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업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올 6월께 ER의 중역이 한국을 방문, 용산전자상가 등 집단전자상가를 둘러보고 서울 강남지역에 사무실과 매장개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전자상가의 메모리·HDD 대리점들 사이에서는 ER의 국내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유력인사가 대표이사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아 ER의 국내진출이 주변기기 대리점들에 일파만파의 충격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실제 ER의 국내시장 진출이 이루어질 경우 그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우선 집단상가 유통체제에서 대형 전문매장 위주로 변화하는 추세에 있는 국내시장에서 ER가 빠른 시간내에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는 ER가 오랜 유통노하우와 자금력을 갖추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을 거뒀다는 전례에서 나온 해석이다. 특히 ER가 국내 전자시장에 정통한 인력을 대거 확보한다면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정책을 충분히 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환경이 상이한 국내시장에서 ER가 적응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CPU와 HDD·랜카드·메모리 등 목좋은 아이템의 공급권을 갖고 있는 대리점들의 반발이 확실하고 다른 어떤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상거래 관행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